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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테러방지법

Posted February. 29, 2016 07:04,   

Updated February. 29, 2016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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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말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에서 총기난사 테러를 저지른 무슬림 부부의 아이폰 잠금장치를 풀어달라는 연방수사국(FBI)의 요구를 애플사가 거절하며 미국 내 여론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애플의 조치에 절반 이상(51%)의 미국인이 반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미 정보기관이 100년이 걸려도 풀 수 없다는 애플 잠금장치에 대한 고객의 믿음 또한 커지고 있다. 애플의 거부 이유는 간단하다. 정보기술(IT) 기업으로서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이해관계 때문이다.

 ▷사생활 보호와 국가안보는 어느 쪽도 경시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다. 9·11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 미국은 시민의 통신기록 도·감청을 허용하는 애국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곧 ‘감시자를 누가 감시할 것인가’라는 근원적 문제가 드러났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에 근무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 정부가 프리즘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을 감청하고 금융계좌를 뒤진 사실을 폭로한 뒤 러시아로 망명했다.

 ▷국내에서 테러방지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애플의 잠금장치 해제 거부에 빗대 칭송하는 목소리가 있다. 북한과의 긴장, 이슬람국가(IS)의 협박 속에서도 대테러 활동에 무력하기만 한 우리나라와 애국법이라는 막강 권한을 가졌던 미국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NSA의 감시 프로그램은 미국 연방법원에서 위헌 판정을 받았다. 한시적인 애국법도 폐기되고 작년 6월 법원 허가에 따른 제한적 감청과 자료 수집만 가능케 한 자유법이 발효됐다. 이 자유법도 우리나라의 테러방지법보다는 훨씬 강력하다. 

 ▷카카오는 고객 사생활 보호를 명분으로 검찰의 감청 요청에 반기를 들었다가 1년 만에 백기를 든 바 있다. 애플의 잠금장치 해제 거부도 기업의 생존전략이다. 한국과 미국이 처한 다른 현실을 무시하고 애플의 행위를 테러방지법의 반대 논리와 결부시키는 것은 비약이다. 테러방지법의 핵심은 사생활 보호가 아니라 국가정보원을 믿을 수 있느냐이다. 둘의 차이를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