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일, 조선왕실 투구 제멋대로 조립하나?

Posted October. 15, 2013 03:21,   

日本語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 왕실의 투구가 공개될 때마다 형체가 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박물관 측이 투구의 본래 모습과 조립 방법을 제대로 몰라 매번 멋대로 조립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는 13일 도쿄국립박물관에 보관 중인 조선 왕실 투구는 공개될 때마다 투구의 머리 장식에 붙은 기둥인 간주()와 붉은 털 장식인 상모()의 상태가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1982년 박물관에 기증받았을 당시에 찍은 도록에는 투구에 상모가 없다. 하지만 2005년 한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박물관을 방문해 촬영한 사진에는 상모가 나타난다. 또 이달 1일 일반인에게 공개됐을 때 찍은 사진과 2005년 사진을 비교하면 간주에 달려 있는 상모의 위치가 달라졌다. 2005년 사진에서는 상모가 간주의 아랫부분에 달렸는데 1일 사진에는 중간부분에 달려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의 대표인 혜문 스님은 투구는 조립형인데 박물관이 정확한 조립법과 투구의 본래 모습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문화재제자리찾기는 투구 상단의 옥() 장식이 바뀐 점을 지적하며 박물관이 옥 장식을 잃어버렸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원 대한황실문화원 총재가 올해 2월 투구를 특별 열람했을 때 확보한 사진에는 투구 상단에 용 모양의 백옥 장식이 붙어 있었는데 1일 전시한 투구에는 새 모양의 백옥이 부착돼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제차리찾기 측은 박물관에 질의서를 보내 박물관이 공개한 투구의 형태가 바뀐 이유, 옥 장식이 달라진 이유 등에 관한 해명을 요구하기로 했다.

한편 이 투구는 일제강점기에 도굴 등으로 조선의 문화재를 무차별로 수집한 것으로 알려진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소장하던 것이다. 오구라가 사망한 후 그의 아들이 문화재 1040점을 1982년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했다.

박물관은 1일 조선시대의 미술이라는 기획전시에서 투구를 선보이며 왕실 유물이라는 사실을 명기하지 않은 채 19세기 조선 물품이라는 안내문을 달았다. 혜문 스님은 투구에 새겨진 용 모양 등으로 볼 때 고종 황제가 사용한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박물관 측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왕이 사용하던 유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