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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애플의 소송대리인 김앤장

Posted September. 07, 201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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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진행되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재판에서 삼성의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광장, 애플의 대리인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다. 김앤장은 규모 전문성 등 모든 측면에서 국내 변호사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 김앤장은 변리사만 150명 안팎을 거느리고 있다. 올 4월에는 세계적 법률전문지 글로벌 아비트레이션 리뷰가 선정한 아시아 지역 1위 로펌으로 선정됐다. 김앤장이 애플의 소송대리인이 된 것에 대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국내 재판에서 애플이 한국인 변호사를 쓰는 것은 당연하다. 외국인 변호사는 한국 법정에서 소송대리 활동을 할 수도 없다. 2017년 송무() 시장이 개방된 후에도 국내법 체계를 잘 모르고 한국어도 서툰 외국인 변호사는 한국 변호사의 보조 인력이 될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삼성-애플의 미국 재판에서 삼성은 미국의 최고 법률회사인 퀸 이매뉴얼 어쿼트 앤드 설리번에 소송을 맡겼다.

한국의 법률회사가 외국 기업이 필요로 하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한국이 대외적 신뢰를 얻는 길이다. 국내 법률회사로서는 이런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 솔직히 여론의 눈길은 곱지 않다. 하지만 여론 눈치를 보느라 쓸 만한 변호사들이 소송대리를 기피한다면 외국 기업은 한국에서 소송으로 가면 필패()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들을 내쫓는 길이다. 재판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가재는 게 편식 재판이 속 시원할지 모르지만 긴 눈으로 보면 상대국 판결과 무관하게 한국 법원은 객관적으로 판결하는 쪽이 국익에 보탬이 된다.

삼성-애플 소송에서 미국에선 실리콘밸리 주민들이 배심원이었지만 한국의 재판장은 국제지식재산권침해소송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딴 판사였다. 법정에선 지식재산 강의실을 방불케 하는 논리 대결이 펼쳐졌고 판결 내용도 훨씬 전문적 객관적이었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프랑스의 경제학자 클로드 바스티아는 이렇게 요약했다. 상대가 보호무역을 하기 때문에 우리도 보호주의로 보복하겠다는 것은 상대국이 암벽해안이기 때문에 우리도 멀쩡한 항구를 파괴하겠다는 말과 같다. 사실 경제학도에게 이를 증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홍콩 싱가포르가 상대의 태도와 무관하게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전략으로 성공했다.

허 승 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