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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 1년새 30m 육지로 후퇴 태안에 대체 무슨일이 (일)

해안선 1년새 30m 육지로 후퇴 태안에 대체 무슨일이 (일)

Posted August. 17, 201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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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가 줄고 있다?

지난해 5월 1년 만에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해안국립공원 내 학암포 해변을 방문한 이모 씨(37)는 너무도 달라진 풍경에 잠시 자신이 다른 곳에 온 것으로 착각했다. 학암포는 잔잔한 파도와 함께 드넓게 펼쳐진 고운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해변.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해안선이 육지 쪽으로 수십 m나 후퇴한 것이다. 해변의 높이도 30cm 이상 낮아졌다. 곳곳에 모래 절벽이 만들어졌고 소나무 방풍림은 뿌리를 드러낸 채 쓰러져 있었다.

학암포뿐만이 아니다. 안면도 창정교 해변도 같은 기간에 해안선이 눈에 띄게 후퇴하고 높이가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라진 축구장 크기의 해변

16일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립공원연구원 유류오염연구센터는 2011년 5월부터 1년간 학암포와 안면도 창정교 해변의 침식 및 퇴적 현상을 집중 조사했다. 그 결과 학암포 해변은 해안선이 1년 전에 비해 육지 쪽으로 평균 21.78m 후퇴했다. 평균 표고()는 32cm 깎여 나갔다. 이에 따라 해변 면적도 8만8852m(약 2만7000평)에서 7만5852m(약 2만3000평)로 축구장 1개 크기보다 조금 큰 1만3000m(약 4000평)가량 줄었다.

안면도 창정교 해변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해안선은 30.75m나 후퇴했고 평균 표고는 43cm나 침식됐다. 해변 면적은 1만1633m(약 3500평)에서 6360m(약 1900평)으로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이번 분석은 1년간 대상 해변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정밀 측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동안 해안침식의 실태를 지적한 연구는 많았지만 특정 지점의 침식 규모를 정확히 측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해안침식은 무분별한 모래 채취와 방파제, 도로 등 인공시설물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조사가 이뤄진 두 해변도 인공시설물 영향으로 추정됐지만 주변에 침식에 큰 영향을 줄 만한 시설물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센터 측도 인공시설물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지만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1년 사이에 해안선을 수십 m나 전진 또는 후퇴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은 기후변화다. 태풍 증가와 게릴라성 집중 호우 등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박정원 유류오염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1년 사이 2030m씩 해안선이 바뀌고 있는 셈이라며 이 때문에 꽃지해변 등 다른 곳까지 추가로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해안침식은 전국적인 현상

1년에 수십 m씩 해안선이 육지로 후퇴한다면 이론적으로는 언젠가는 한반도가 없어져야 하지만 아직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침식뿐 아니라 퇴적 현상도 주기적으로 나타나면서 손실된 해변이 어느 정도 복구되기 때문. 다른 지역까지 고려하면 간척사업 등으로 국토 면적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자연 스스로의 복구능력을 인간이 만든 각종 인공시설물이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포대 해변의 경우 올여름을 앞두고 백사장 150m가량이 침식됐다. 최대 폭이 30m에 이르고 깎아버린 모래절벽의 높이가 12m에 이를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강원 동해안 해변의 침식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해안침식이 심각한 수준인 곳은 2010년 8곳에서 지난해 13곳으로 늘었다. 또 해안침식으로 인해 국내 해안선 길이는 1910년 7560km에서 2009년 5620km로 100년 동안 1940km나 줄어들었다.

권혁균 국립공원연구원장은 국내에서는 주기적인 해안 침식과 퇴적을 정밀 조사한 적이 없다며 정확한 원리를 알아내면 앞으로 침식지 복원이나 인공시설물 설치 때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호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