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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0년 만에 다시 등장하는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사설] 10년 만에 다시 등장하는 기업구조조정위원회

Posted December. 02, 2008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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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부실기업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퇴출은 고사하고 부실 판정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해당 업종 전체가 그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처지다. 은행들이 부실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돈줄을 조이는 탓에 멀쩡한 기업까지 자금 조달에 애를 먹는 악순환에 빠졌다.

정부는 외환위기 당시 활동했던 기업구조조정위원회와 유사한 민간 기구를 다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어제 밝혔다. 채권단과 민간 전문가들이 중심이 돼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가려내고 처방을 제시하면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해 부실 처리의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작업을 지금처럼 머뭇대다가는 우량기업까지 부도 도미노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에서 진즉 취했어야 할 조치다.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폐해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조선업만 해도 유동성 위기를 겪는 업체는 중소형 조선소 몇 곳에 불과하지만 업계가 한 묶음으로 취급되면서 수주량 세계 1, 2위를 다투는 대형 업체까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 부실 건설업체 처리 문제는 대주단 협약 가입이 당국의 방관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한 달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시장 원리에 입각한 구조조정만이 위기 극복의 확실한 해법이다. 이는 외환위기 때이던 1998년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다. 당시 236개 채권 금융회사들의 협의체로 출범한 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회생 가능한 기업은 최장 6개월까지 부도를 유예해 주되 살아나기 힘들다고 판단한 기업은 과감히 퇴출시켰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덕택에 일시적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던 기업들은 재기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기업구조조정기구가 부활하더라도 정부가 중심을 잡고 역할과 권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민간 주도라는 포장 뒤에 숨어 궂은일은 위원회에 맡기고 생색이나 내려 해선 실패할 수밖에 없다. 관치()의 유혹은 경계해야 하지만 시장의 실패를 치유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담당 공무원들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면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