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한물갔다는 평 딛고 우뚝선 봉달이

Posted March. 19, 2007 07:11,   

日本語

이봉주(삼성전자)는 역시 국민 마라토너였다.

우직하고 순박한 봉달이 이봉주 곁에는 그를 아끼고 좋아하는 국민이 있었다.

마라토너에게 마()의 고빗길로 불리는 35km 지점을 막 지나서 이봉주는 케냐의 샛별 폴 키프로프 키루이에게 처지기 시작했다. 38km 가까이에서는 거의 100m 뒤로 처졌다.

1970년생. 우리 나이로 38세인 노장 이봉주가 따라잡기에는 도저히 힘든 거리처럼 보였다. 그의 얼굴에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이때였다.

봉달이 파이팅!

이봉주의 귀를 번쩍 띄게 하는 소리가 저편에서 들려왔다. 연도에 죽 늘어선 시민들이었다. 그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이봉주 파이팅 봉달이 파이팅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봉주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때부터 그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한걸음 한걸음 키루이를 따라붙은 이봉주는 마침내 40.62km 지점에서 키루이를 앞섰다.

18일 열린 2007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8회 동아마라톤대회(동아일보사 서울시 대한육상경기연맹 공동주최).

이번 대회는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가 국민의 성원에 힘입어 화려하게 부활한 무대였다.

이봉주는 레이스 막판 기적 같은 역전극을 펼치며 2시간 8분 04초 만에 결승 테이프를 끊어 키루이(2시간 8분 29초)를 제치고 우승했다.

최근 침체에 빠진 한국 마라톤에 희망을 주는 대단한 기록이었다.

우선 이봉주의 이날 기록은 한국 선수가 세운 국내 개최 대회 역대 최고기록이다.

또한 이봉주는 만 36년 5개월 7일로 한국 선수 최고령 우승 기록과 함께 세계 2위의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다. 역대 세계 1위는 카를루스 로페스(포르투갈)가 1985년 로테르담마라톤에서 38년 2개월 2일의 나이에 당시 세계기록(2시간 7분 12초)으로 우승한 것이다.

이봉주의 국제대회 우승은 2001년 보스턴마라톤 이후 6년 만이고, 동아마라톤 우승은 1995년 이후 12년 만이다.

마라톤 선수로는 환갑의 나이에 접어든 이봉주는 주위에서 이미 한물갔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때도 나만 제대로 하면 된다며 묵묵히 땀을 흘렸다. 그리고 보란 듯이 2000년 도쿄마라톤에서 세운 한국 최고기록(2시간 7분 20초)에 이은 자신의 통산 세 번째 기록을 이날 수립하며 건재함을 알렸다.

결승선을 늠름하게 통과한 이봉주는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두 아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이봉주는 첫째아들 우석(4) 군의 뺨에 감격의 뽀뽀를 퍼부었다. 이어 둘째 승진(3) 군과 아내 김미순(37) 씨, 어머니 공옥희(70) 씨와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이봉주는 애들이 제가 달리는 것을 좋아해요. 집에서 가벼운 운동을 하면 따라서 해요. 예뻐 죽겠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이봉주는 이날로 풀코스만 35번 완주했다. 그동안 2번만 중도에 레이스를 포기했다. 완주 거리만도 1476.825km. 세계 마라톤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진기록이다.

이봉주는 아직 멀었어요. 국민 여러분이 오늘처럼 성원해 주시는 한 뛸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달릴 겁니다라고 다짐했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