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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맘놓고 훈련하려나.

Posted September. 25, 200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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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워 못살겠다. 당장 훈련을 중단하고 물러가라.

4일 강원도의 한 전차포 사격훈련장. 육군 모 기계화부대 소속 전차 30여 대가 사격장으로 이동하다 갑자기 멈춰 섰다. 소음과 오발 피해를 이유로 주민 50여 명이 사격장 입구를 승용차와 트랙터, 경운기로 막고 시위를 벌였기 때문.

부대 측의 거듭된 설득에도 주민들이 꿈쩍하지 않자 결국 경찰의 도움을 받고서야 병력과 장비는 간신히 훈련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6월 중순 경기도의 한 포병훈련장에서는 육군 모 부대가 주민들의 격한 시위로 사격훈련을 끝내지 못한 채 쫓겨나다시피 부대로 복귀한 일도 있었다.

최근 게리 트렉슬러 주한 미7공군 사령관의 최후통첩성 발언으로 미 공군의 공대지() 사격장 문제가 크게 부각됐지만 우리 군의 열악한 훈련장 여건은 관심 밖이다.

군 관계자는 주한 미 공군의 사격장 문제 해결을 위해 3000억 원의 국고 지원이 결정된 반면 우리 군의 훈련 여건은 지방자치단체 및 주민들의 반발과 예산 부족으로 악화일로라고 말했다. 육군 관계자는 시위 과정에서 일부 주민은 훈련장으로 향하는 전차 앞에 드러눕거나 훈련장 무단 진입을 시도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육군 소유의 훈련장 면적은 1억2941만 평으로 소요 면적(2억141만 평)의 약 64% 수준. 핵심 전력인 K-9자주포와 다연장로켓포(MLRS)와 같은 중화기사격장의 확보율은 약 53%에 불과하다.

육군의 연간 훈련장 확보 예산인 275억 원으로 살 수 있는 훈련장 터는 70여만 평에 불과하다. 최근 몇 년간 군사보호구역이 대폭 해제돼 훈련장 인근까지 급속히 개발되면서 훈련장을 둘러싼 민군()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충돌 양상도 격화되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개발 바람을 타고 휴전선 인근까지 땅값이 치솟고 주민들이 토지 매매를 거부하면서 훈련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며 군 훈련장이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전락했다고 토로했다.

공군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공군이 운용 중인 8개 공대지 사격장 중 경기 여주와 경북 낙동 사격장의 경우 필요한 훈련장 면적이 257만 평이지만 확보 면적은 각각 135만 평과 149만 평에 그친다.

강원 강릉과 충북 충주 사격장은 바로 옆에 활주로를 갖춘 비행단과 붙어 있어 안전문제 때문에 사격장의 기능을 오래전 상실했고, 강릉 사격장은 조만간 폐쇄될 예정이다.

주민들의 소음 민원이 급증하면서 조종사들의 비행 및 사격훈련도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공대지사격장에서의 저고도 사격훈련 때 1회에 10발 이상 발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3발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또 사격장 주변에 산재한 인구 밀집지역을 피해서 비행훈련을 하다 보니 훈련 패턴이 단순해지고 있다는 것.

유사시 북한군 특수부대의 기습에 대비해 전투기가 저고도로 고속 기동하는 전술이착륙 훈련과 적의 레이더와 대공망을 피해 전략요충지를 파괴하는 저고도 훈련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여름철 심야 훈련은 아예 목표량의 절반 이하로 실시하고 있다.

특히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를 위해 각종 첨단무기를 도입해도 이를 제대로 다루기 위한 훈련이 미흡하면 정예강군은 요원한 목표일 수밖에 없다는 군내 비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공군 관계자는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모의훈련을 늘리고 있지만 조종사의 기량 연마에는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