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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 외교선생도 걱정하는 4강외교 파탄

[사설]대통령 외교선생도 걱정하는 4강외교 파탄

Posted September. 23, 2006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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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그제 세종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정부가 4강외교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어느 나라에 대해서도 우리의 국익을 실현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관계마저 원활하지 못하다고 질타한 것이다.

문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 가정교사로 불릴 만큼 이 정권의 외교기조 설정에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자주()외교나 동북아 균형자론도 그의 구상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전직 외교안보 고위인사들의 자주외교 비판에 대해서도 보기에 안 좋다며 각을 세운 그다.

그런 문 씨가 4강외교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정권의 외교 무능에 대한 고백성사로 들린다. 미국의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가 본보와의 회견에서 한국을 4마리의 코끼리에 둘러싸인 개미로 보고 정신 차리고 외교력을 기르라고 당부한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문 씨는 미국에 대해 원하는 대로 다해줬지만 (한국에 대한) 비판여론이 있는 것은 북한에 대한 인식의 간극 때문이라며 북-미 관계에서 한국이 배제됐다고 했다. 이라크파병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기동군화) 허용 등 실리()는 다 내주고도 반미친북() 행보로 미국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조차 못 듣는다는 것이다.

일본이 긴밀해진 미일 군사동맹 속에서 미국에 기생()해 군사대국화를 추구하려는데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그는 비판했다. 문 씨는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때 중국 측은 우리 측에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았다면서 중국의 고위층에 대한 접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실토했다. 그는 러시아와도 실질적 진전이 없다고 밝혔다.

4강 외교의 총체적 파탄은 민족끼리 코드로 외교논리를 무시해온 탓이 크다. 노 정권은 남은 1년 반만이라도 자주의 환상에서 벗어나 무너진 4강외교를 복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