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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의 남자에 No못한 인사시스템

Posted August. 03, 200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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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노무현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현 정부의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의 특징은 인사 추천과 검증을 분리한다는 것. 김대중 정부 때 양자를 모두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맡은 결과 인사 잡음이 많았다는 비판을 수용해 검증을 강화한 것이다.

비서실에 신설한 인사보좌관실(현 인사수석실)에서 인사를 추천하면 민정수석실에서 검증을 맡아 하고 그 결과를 청와대 인사추천회의에서 심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가 아들 이중국적 등의 문제로 5일 만에 낙마한 것을 계기로 인사시스템 재점검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당시 이 전 부총리에 대해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사실상 부적격 판정을 내렸지만 인사추천회의가 이를 무시했다는 사실이 논란됐다. 더욱이 당시 인사추천회의는 이 전 부총리의 오랜 친구인 김우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했다.

청와대는 더욱 투명한 검증을 위해 지난해 9월 각계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자문회의를 설치했다. 또 국회 인사청문회 범위를 전 국무위원으로 확대했다.

청와대는 5월 보도자료를 내고 인사 검증을 최소 10일최대 한 달 이상 하고 있으며 불명확하거나 후보자에게 불리한 사항에 대해 반드시 후보자로부터 소명을 듣고 있고 인사검증자문회의는 국민의 기대와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철저한 검증을 하고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시스템으로 견제와 균형이 조화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논문 표절 및 중복 게재 등의 논란으로 김 부총리가 낙마하게 됨에 따라 청와대의 시스템 만능주의가 오히려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부총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에 대해서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검증시스템의 원리가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청와대는 3월 공정거래위원장에 권오승 당시 서울대 교수를 내정할 때 인사수석실에서 논문까지 샅샅이 검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부총리에 대해서는 이런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총리의 특성을 감안했다면 논문을 검증했어야 하고 그랬다면 김 부총리를 둘러싼 의혹은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수많은 공직 후보를 검증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수 출신 후보자 개인의 방대한 논문까지 일일이 대조하고 검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검증이 소홀했음을 시인했다.

일부에서는 김 부총리 사태를 계기로 인사 추천과 검증을 맡은 청와대 비서진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말도 한다. 이 전 부총리 낙마 때는 당시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과 주요 수석비서관 등 인사추천회의에 참여했던 6명이 동반 사표를 제출한 일이 있다.

이번 사태는 당장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열린우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기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은 그가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노 대통령이 그를 기용하면 또 다시 측근 인사 논란이 일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문 전 수석의 경우 오히려 야당이 거부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김 부총리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이진구 조수진 sys1201@donga.com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