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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 무료로 콘돔 나눠준다는데....

Posted February. 02, 2016 07:31,   

Updated February. 02, 201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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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고교생 김모 군(18)은 사귄 지 100일가량 된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할 때마다 구하기 쉽지 않은 콘돔 때문에 답답했다. 불법은 아니지만 편의점에서 콘돔을 사려고 하면 직원이 주는 불편한 시선이 부담스러워 구입을 포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청소년에게 무료로 콘돔을 나눠주는 ‘프렌치레터 프로젝트’를 발견했다. 지난달 28일 신청했더니 다음 날 우편으로 도착했다. 김 군은 “피임기구를 사용하니 확실히 안심됐다. 피임을 하지 않아 걱정인 친구들에게 모두 알려줬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시작한 프렌치레터 프로젝트는 인터넷으로 콘돔 구매를 신청하면 청소년에게는 무료로 나눠준다. 성인에게는 돈을 받는다. 프로젝트의 첫 화면에는 “본 프로젝트는 전 국민 유익 매체물,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1년간 이곳을 이용한 청소년이 1000명 가까이 된다. 아이디어를 낸 성민현 씨(25)는 “청소년들이 성관계를 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보편적인 피임기구인 콘돔에 대한 접근성은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며 “낙태나 미혼모 문제를 심화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성 씨는 가출 청소년이 모여 사는 쉼터 등에도 콘돔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통계청(2014년 기준)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전체 청소년의 5.3%. 그러나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39%만이 성관계 때 피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낙태율은 66.1%에 이른다.

 중고교생 때부터 성관계 경험을 갖는 청소년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피임기구의 접근성을 넓히는 이 같은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정모 양(18)은 “안전하게 사랑하고 싶은데 어리다고 이상하게 보는 시선 탓에 힘들었다”며 “책임지는 행동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피임이나 성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 가운데 콘돔을 무료로 나눠준다면 오히려 문란한 성생활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광호 사랑과 책임 연구소장은 “외국에도 콘돔 교육이 있지만 전체적인 성교육 프로그램으로 보면 일부”라며 “청소년을 미래 고객으로 이끌려고 하는 상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프렌치레터 프로젝트는 콘돔을 파는 벤처회사다.

유원모 onemore@donga.com·강성휘 기자



유원모 기자onemore@donga.com · 강성휘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