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최근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장착되는 요격미사일 일부 물량을 기지에서 빼내어 외부로 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과 전쟁 중인 미국이 주한미군의 무기에 대한 중동 차출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북한의 위협에 맞선 방공전력의 핵심인 사드 체계 일부를 이동시킬 준비에 나선 것이다. 중동 상황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한미군의 핵심 전력 차출에 따른 공백의 장기화 우려가 나온다.
10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최근 사드용 요격미사일 일부 물량을 모처로 반출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사드용 요격미사일이 다른 미군기지의 패트리엇 포대가 집결한 경기 평택시 미 오산 공군기지로 이동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드 1개 포대는 교전통제소와 레이더, 발사대 6개 등으로 이뤄진다. 1개 발사대는 발사관이 8개씩 장착되는 점에서 1개 포대는 48발의 요격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군 안팎에선 중동지역으로 반출될 주한미군의 사드 요격미사일이 수십 발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9일(현지 시간) 2명의 미국 국방부(전쟁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 일부를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층·중첩 방어로 구성된 우리 방공망에서 패트리엇은 하층부(40km 이하)를, 사드는 상층부(40∼150km)를 담당한다.
주한미군은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캠프캐럴(경북 왜관) 기지에 보관 중인 사드 요격미사일을 성주 기지로 옮겨 사드 발사대에 장착하는 훈련을 여러 차례 공개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캠프캐럴에 보관 중인 사드 요격미사일을 모처로 이동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WP 보도에 대해 “(한미 간) 다 협의해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주한미군이 자국 필요성에 따라 일부 방공무기를 반출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고는 있지만, 우리 의견대로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체적으로 방위할 수 있는 자주국방 역량을 충실히 갖춰야 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공언해 왔던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가 현실화됐고, 이를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진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