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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등에 구리값 최고치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등에 구리값 최고치

Posted May. 16, 2026 08:22   

Updated May. 16, 2026 08:22


인공지능(AI)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글로벌 산업용 광물 시장을 흔들고 있다. AI 인프라에 활용되는 구리의 경우,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황산 수출 금지가 겹쳐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가로 뛰었다. 황산은 구리 제련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라 황산 공급 부족은 구리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친환경 전력 인프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필수인 리튬 가격도 저점의 3배 수준으로 올랐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7월물 구리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6.6달러로 마감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전날(6.64달러)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닥터 코퍼(Dr. Copper)’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구리는 세계 경기 상황을 예측하는 선행 지표다.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커지면 수요가 늘고 가격이 뛰기 때문에 구리 가격에 선제적으로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구리 가격 상승은 AI가 주도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대규모로 구축 중인 데이터센터에는 전력 공급·배전, 열 관리·냉각, 데이터센터 내외부를 연결하는 케이블(전선) 등에 구리가 대량으로 쓰인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 맥킨지는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AI 전력망 구리 수요만 연 110만 t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가의 반도체와 달리 구리가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인 탓에 구리 가격이 올라도 수요는 줄지 않아 가격이 오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이 재무장에 나서고, 이 와중에 중동 전쟁까지 커진 점도 구리 수요를 키웠다. 유럽방위청(EDA)에 따르면 155mm 포탄 1발에 구리 0.5kg이 사용되는데, 우크라이나는 전쟁에서 하루 수천 발씩 사용했다. 우드 맥킨지는 유럽이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국방비를 지출할 경우 향후 10년 동안 연 2만5000∼4만 t의 구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황산 수출 금지도 구리 공급망에 영향을 줬다. 구리 정제 공정에는 황산이 필요한데, 중동은 황산의 원료인 황을 공급하는 주요 생산지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며 중동산 황 공급이 제한되자, 중국은 이달부터 수출 중단에 나섰다.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매체들은 정부가 황산 생산업체들에 수출 중단 방침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2차 전지의 핵심 광물인 리튬 가격도 12일 기준 kg당 24.14달러로 오르며 7달러대에 거래됐던 지난해 5∼7월의 저점 대비 3배 이상으로 뛰었다. 리튬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70% 넘게 올랐다.

리튬 가격은 전기차 투자가 대폭 늘었던 2022년 kg당 70달러를 넘기는 등 가파르게 상승했으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의 여파로 80∼90%가량 급락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AI 데이터센터 무정전 전원장치(UPS), 전력 계통 배터리저장장치(BESS) 등의 수요가 커졌다. 중국은 고비용 광산에 대한 공급 조정 유도에 나섰고, 짐바브웨의 리튬 정광 수출이 차질을 빚으며 공급이 줄어들자 가격이 뛰었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리튬 수요 증가분의 50% 이상이 ESS 부문에서 창출됐다”며 “수요 측면에서 ESS가 지지 역할을 하고, 공급 조정에 따라 재고가 줄면서 추가적인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홍석호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