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18일 “한국이 일부 민감한 정보를 잘못 다룬(mishandling of sensitive information) 이유로 미국 에너지부 민감국가 명단에 올랐다”고 밝혔다.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 논란이 발생한 뒤 미 행정부 인사가 명단 지정 이유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사대리는 이날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와 주한 미국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좌담회에서 “지난해 2000명 이상의 한국 학생, 연구자, 공무원들이 반출되면 안 되는 수출 민감(export-sensitive) 물질들이 있는 에너지부 산하 로스앨러모스와 아르곤 연구소 등을 방문했다”며 “연구소 실험실에서 몇몇 사건(incidents)이 있었고, (민감국가) 리스트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윤 대사대리는 정보를 잘못 다룬 사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에너지부 업무의 90%가 핵 관련”이라며 “원자력 기술 관련 정보들이 국내로 유입될 소지가 다분한 여러 사건들이 복합적으로 (명단 지정에)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공동연구에 참여한 인사들이 자료의 외부 배포나 사진 촬영을 금지한 규정들을 위반하면서 기술 유출 명목으로 대거 적발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미 에너지부는 최근 한국 정부에 민감국가 지정에 대해 설명하며 한미 협력 과정에서 ‘산업스파이 행위에 준하는 심각한 부정행위들이 있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지난해 ‘심각한’ 부정행위로 판단되는 사건들이 있었다는 게 미국 측이 우리에게 설명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윤 대사대리는 이날 “큰 일(a big deal)은 아니다”라며 양국 기술협력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원인이 된 구체적인 사건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발 방지 대책 등 후속 대응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번 주 미국에서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만나 양국의 핵심 공조 분야인 원전 협력 등에 방해가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적극 설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