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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물가 다 뛰는데 내 소득만 줄어”

Posted May. 24, 2024 08:04   

Updated May. 24, 2024 08:04


중소 건설사에 다니는 강모 씨(36)는 올해부터 임금이 사실상 깎였다. 불씨가 꺼진 건설경기에 현장 근로자에게 줘야 할 임금부터 밀리기 시작하더니, 사무직인 그의 월급도 지난해 수준에 묶인 것이다.

두 달 전 아내가 출산했다는 강 씨는 “돈 나올 구멍은 없는데 기저귀부터 시작해 국밥까지 가격이 안 오른 게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변에 임금삭감 동의서를 받아 울며 겨자 먹기로 서명한 경우도 있어 감사하며 다녀야 할 처지”라고 했다. 그는 올해부터 회사에 도시락과 커피를 싸서 다니고 있다.

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가계의 실질소득이 7년 만에 최대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소득은 늘었지만 그보다 더 가파르게 물가가 뛰며 저절로 살림살이가 쪼그라든 것이다. 기업경기 불황 여파에 직장인 주머니 사정은 역대 가장 팍팍해졌고, 영세 자영업자의 벌이도 나 홀로 뒷걸음질했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505만4000원)보다 1.4%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소득이 3.9% 늘었는데 올 들어선 크게 둔화했다.

물가상승분을 걷어내면 가구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1.6%가량 오히려 줄었다. 1분기 기준으로 2017년(―2.5%)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먹거리 가격이 치솟는 등 물가가 3%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며 가계 주머니 사정이 그만큼 나빠진 것이다.

직장인들이 버는 근로소득은 월평균 329만1000원이었다. 명목금액을 기준으로도 1년 전(332만6000원)보다 1.1% 감소했다. 여기에 물가상승분을 감안한 실질 근로소득은 1년 새 3.9% 줄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1분기 기준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자영업자들이 버는 사업소득은 8.9% 올랐지만, 이 중 영세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되레 줄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동향수지과장은 “물가만큼 소득이 늘지 않았기 때문에 가구 실질소득이 마이너스가 됐다. 특히 지난해 기업 상여금 등이 감소한 영향으로 근로소득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