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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에서 4강 외교로…尹 정제된 메시지로 전환 준비해야

북핵에서 4강 외교로…尹 정제된 메시지로 전환 준비해야

Posted March. 14, 2022 07:47   

Updated March. 14, 202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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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그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최근 북한 동향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주요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브리핑에는 최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와 핵시설 가동 재개,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 정황 등이 담겼다고 한다. 김은혜 당선인 측 대변인은 “현재로선 특별한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대선에서 현 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며 대전환을 예고한 윤 당선인이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까지는 여전히 ‘현직 대통령의 시간’인 만큼 우선은 안보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외정책을 정교하게 다듬는 시간을 갖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신구 권력의 동거(同居) 기간에 불협화음을 노출하는 것도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는 분명 문재인 정부와 크게 다를 것이다. 무엇보다 대북정책에선 상호주의를 내건 원칙적 접근법을 천명해온 만큼 현 정부의 ‘대화 우선’ 기조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미 북한은 한국의 정권교체기마다 그랬던 것처럼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도발을 준비하며 강대강 대치로 몰아갈 태세다. 윤 당선인이 스스로 강조했던 대로 새 정부 외교는 북한 비핵화 압박을 위한 주변 4강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될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은 대선 동안 문재인 정부가 친북(親北) 친중(親中)에 치우쳐 한미동맹이 무너졌다는 인식을 거듭 드러내왔다. 그런 만큼 외교의 우선순위도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 강화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런 기조는 불가피하게 중국과의 마찰을 낳을 수 있다. 무엇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공약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 미·일과의 강화 못지않게 중국과의 조화를 위한 정교한 관계 재설정이 필요하다.

 윤 당선인은 세계적 대란의 와중에 대통령의 소임을 맡게 된다. 미중 전략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러시아가 전쟁까지 도발하면서 세계는 단절과 분열의 신냉전으로 치닫고 있다. 거기에 핵 가진 북한을 머리 위에 둔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대결의 단층선에 놓여있다. 이런 혼란기에 할 말을 하는 당당한 외교와 함께 국익을 위한 지혜로운 외교도 겸비해야 한다. 그 시작은 선거용 대외 언사를 정제된 메시지로 다듬고 유능한 외교 조타수를 찾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