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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 논란 낳은 與 추경안 심야 기습처리

날치기 논란 낳은 與 추경안 심야 기습처리

Posted February. 21, 2022 07:40   

Updated February. 21, 202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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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토요일 새벽 14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기습 처리했다. 여당이 대선을 의식해 35조 원으로 증액을 추진해 왔지만 정부가 물가, 금리에 미칠 악영향을 이유로 반대하고, 국민의힘은 규모를 50조 원까지 키우자면서도 다른 지출부터 줄이자고 주장하며 발목을 잡자 단독 통과를 밀어붙인 것이다.

 이번 예결위 추경안 처리과정은 어느 모로 봐도 정상이 아니다. 민주당의 처리 요구를 거부하던 국민의힘 소속 예결위원장이 정회한 틈에 민주당 간사가 직무대행으로 새벽 2시에 회의를 열어 4분 만에 여당 의원끼리 안건을 통과시켰다. 여당은 “야당 위원장이 안건처리 책무를 기피해 국회법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 하지만 야당은 “날치기, 불법 처리로 무효”라며 항의하고 있다. 그래도 여당은 이르면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 320만 명에게 300만 원씩 지원금을 나눠주는 이번 추경안은 시작부터 파행의 연속이었다. 여당 이재명 후보가 ‘초과세수를 활용한 대선 전 추경’에 불을 지피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임기 개시 100일 내 50조 원 자영업자 지원’ 공약을 내놓으며 압박하자 정부는 607조 원의 슈퍼예산 집행이 시작된 지 한달도 안돼 추경안을 내놨다. 이후 대폭 증액에 난색을 표하는 경제부총리에게 여당 관계자들은 ‘탄핵’을 거론하고, “당장 목을 쳐야한다”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여당이 14조 원짜리 정부 추경안을 일단 통과시킨 건 정부, 야당과 합의하려다 더 늦어질 경우 16일 남은 대선에서 기대했던 추경 추진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단독 통과 후 이 후보는 “늦어서 죄송하다. 곧 추가로 더 하겠다”고 했고, 송영길 대표는 본회의에 3조5000억 원 정도 규모를 키운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매표용 찔끔 추경”이라고 추경안을 깎아내리면서 자신들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더 큰 규모로 자영업자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이번 추경은 재작년 4·15 총선, 작년 4·7 재·보궐 선거 직전 결정된 추경에 이어 3년 연속으로 선거 직전에 통과된다. 자영업자 지원이 꼭 필요한 일이라도 지금 시점에서 나랏빚에 의지한 정부지출 확대는 물가, 금리를 끌어올려 자영업자와 서민의 부담을 그 이상으로 키울 수 있다. 정치권은 이런 현실에 아랑곳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민 세금으로 생색내기 경쟁을 벌이는 낯 뜨거운 추태를 반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