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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럼즈펠드의 회고

Posted February. 10, 2011 03:02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은 이라크와 테러리스트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받고 내가 안다는 걸 아는 것(known knowns)이 있다. 내가 모른다는 걸 아는 것(known unknowns)이 있다. 또 내가 모른다는 걸 모르는 것(unknown unknowns)이 있다고 대답했다. 철학자의 말처럼 꼬여있지만 복잡한 사안을 명쾌하게 정리했다는 평을 들었다. 그가 어제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Known and Unknown)이란 제목의 회고록을 내놓았다.

이 책에서 그는 노무현 대통령 집권 시절 한국인의 역사적 기억상실증을 꼬집었다. 2003년 방한 때 한 한국 여기자로부터 왜 한국 젊은이들이 지구 반대편 이라크로 가서 죽고 다쳐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50여 년 전 미국이 자기 나라의 젊은이들을 지구 반대편으로 보내지 않았다면 한국은 어떻게 됐을까요라고 되물었다고 했다. 그의 국방부 집무실 책상에는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이 놓여있었다. 남한에는 곳곳에 환하게 불이 켜져 있고 북한은 암흑천지의 사진이다.

그는 2002년 12월 당시 노 대통령 당선자가 한미 관계를 재검토하기를 원한다고 언급하자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미국 국방부에 지시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더 많은 국방비 분담을 원하던 그가 뒷날 노 대통령으로부터 전시작전 통제권을 넘기라는 요구를 받고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미제()의 고리를 끊는다고 한 일이 그쪽에서 불감청고소원()으로 받아들여진 것을 노 대통령이 알았는지 몰랐는지, 이제 고인이 돼서 알 도리가 없다.

럼즈펠드는 중국이 포함된 6자회담은 실패할 것으로 보고 대북 압박을 통해 김정일 체제의 전복을 유도한다는 구상을 했다. 2006년 이후 부시 정권 말기로 접어들면서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국방부가 관여할 통로가 봉쇄되고 국무부 협상론자가 주도권을 잡은 것이 아쉽다고 회고했다. 럼즈펠드의 분류에 안다는 걸 모르는 것(unknown knowns)을 보탤 게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크리스토퍼 힐 등 국무부 협상론자들은 중국이 북한 편을 들어 6자 회담이 실패할 걸 뻔히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 해버린 것은 아닐까.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