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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작권 전환 연기만으로 안보걱정 해소되진 않는다

[사설] 전작권 전환 연기만으로 안보걱정 해소되진 않는다

Posted June. 28, 201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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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어제 캐나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한국군 단독 행사)을 3년 7개월 미루기로 합의했다. 2012년 4월 17일로 예정했던 것을 2015년 12월 1일로 늦추기로 한 것이다. 이 합의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천안함 폭침 이후 더욱 고조된 한반도의 불안정한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한 결정이다.

2007년 2월에 합의한 전작권 전환 일정을 3년여 만에 바꾸게 된 데는 작년 4월과 5월 북한의 로켓 발사 및 2차 핵실험이 크게 작용했다. 2012년은 한미 양국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북은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는 그해를 강성대국 완성의 해로 정해 군사강국임을 시위하려 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 우리 군의 지상군작전사령부 설치와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도 2015년에야 실현될 전망이다. 이런 복잡한 안보환경에서 2012년 전작권 전환은 군사적 도박이라는 것이 이번 연기 합의의 배경이다.

북은 핵 폐기는커녕 머지않아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에 성공할 것이라는 군 정보당국의 분석도 있다. 미국의 핵우산 확보는 우리의 생존에 절대적인 조건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다짐했듯이 미국 본토와 똑같은 핵우산을 한국에 보장하는 핵 확장 억제력의 제공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한미연합사 및 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 겸임)의 전작권 보유체제가 긴요하다. 전작권이 한국군으로 넘어와 유사시 작전이 한국군 주도, 미군 지원의 형태로 바뀌게 되면 미군의 자동개입과 증원군 배치, 핵우산 제공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이 미뤄졌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우리의 안보가 완벽하게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2015년 이후엔 더 연기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5년 반 이내에 우리는 독자적 방위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군의 전작권 단독 행사에는 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대북() 정밀감시 능력, 전술지휘통신체계, 자체 정밀타격 능력을 갖추는 게 급선무다. 공중조기경보기(AWACS), 고()고도 무인항공기(글로벌 호크)와 최신 무기체계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자면 국방비 부담도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작권 문제는 노무현 정권처럼 주권과 자주의 시각에서만 볼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런 이론대로라면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모두 주권국가라고 할 수 없다. 한미 군사동맹은 미국의 전략적 이익과 한국의 안보 이익이 맞아떨어져 형성된 것이지 주종()관계가 아니다. 민주당은 이번 합의와 관련해 안보 주권과 관련된 문제라면서 당초 예정대로 전작권을 환수하라고 요구하지만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전쟁은 싫다면서 북이 도발했을 때 확고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해체하라는 것은 이율배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