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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상 회의

Posted March. 07, 2005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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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재외 공관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졌으니 부대원들도 영외 활동을 줄이라.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 자이툰부대 지휘관들이 지난해 10월 서울의 합참의장과 화상회의를 하는 모습이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화상회의가 현실이 되다니, 세상 참 좋아졌다. 시장조사기관인 와인하우스에 따르면 2001년 세계적으로 50%가 넘던 대면회의가 2004년엔 40%대로 줄어든 반면 화상회의는 20%로 늘었다. 시간과 비용의 절감이 가장 큰 효과다. 하지만 와인하우스는 덧붙였다. 화상회의는 악수를 한 뒤 두 번째 미팅으로 안성맞춤이다.

인간심리에 정통한 사람들이 화상회의에 회의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공식 석상에선 점잖은 발언만 나오지만 솔직한 뒷담화는 회의장을 나서며 시작된다. 비디오가 보여 주지 못하는 표정이나 분위기의 정보량도 만만찮다. 그래서 조직심리학자인 나이절 니컬슨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얼굴 보며 얘기하고 한자리에 모이려는 게 인간 본능이라며 아무리 재택 근무제를 채택한대도 대면회의와 기존 사무실이 없어지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테크놀로지가 거리()를 없앤다지만 역설적이게도 지리적 중요성은 커지는 추세다. 미국에선 실리콘밸리에 이어 바이오테크비치가 뜬다. 샌디에이고 중심의 산학() 클러스터다. 국내에서도 삼성 포스코 등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된 11개 회사 중 절반 이상의 본사가 강남에 몰린다. 효율성이 높아져서다. 정보가 쓸데없이 넘쳐 날수록 내부자 정보나 연줄, 네트워킹, 살가운 접촉의 값은 치솟는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화상회의가 열린 건 딱 두 번이라고 한다. DJ정부가 83억 원을 들여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춘 걸 생각하면 세금이 아깝지만, 효율성으로 보면 두 번밖에 안 열려 다행이다 싶다. 문제는 충남 연기-공주 지역에 짓는다는 행정도시 이후다. 화상회의 활성화로 행정 효율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그 생각이야말로 재검토하는 게 좋겠다. 테크놀로지보다는 사람 훈김이 한 수 위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