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비만치료제 열풍은 소비 지도까지 바꾸고 있다. 특히 매출 기준으로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 빠르게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보완하는 ‘GLP-1 동반 제품’이 인기를 끄는가 하면 적은 양의 음식을 파는 소량 포장 제품도 확대되고 있다.
8일 제약·바이오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구용 비만치료제까지 등장하며 시장이 커지자 GLP-1 마케팅이 늘어나고 있다.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는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식욕을 억제하는데, 이를 활용한 ‘소량 포장’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최근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모리슨’은 고단백 제품 브랜드인 어플라이드 뉴트리션과 협력해 GLP-1 사용자들에게 적합한 간편식을 출시했다. 세계 최대 소비자 협동조합인 ‘코옵(co-op)’ 역시 올해 1월 GLP-1 다이어터를 위한 소량식 ‘굿 퓨얼 미니 밀’을 출시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의 슈라다 셸케 소비자 분석가는 “GLP-1 경구 치료제가 출시되며 식료품이나 외식 구매 패턴이 재편될 것”이라며 “식욕이 떨어지면서 장바구니 크기가 줄어들고 고단백, 고섬유질, 영양소가 풍부한 소량 포장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GLP-1 사용자를 겨냥해 제품 구성을 조정하고 진열 방식을 최적화한 소매업체들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GLP-1 치료제를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제품들도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비만치료제를 투여하고 갑자기 살이 빠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 중 하나인 탈모와 관련한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CNBC는 이달 2일(현지 시간) GLP-1 비만치료제 성장에 따라 탈모 치료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울타(ULTA), 레드켄(Redken) 등 헤어케어 기업들의 탈모 예방 트리트먼트 제품 매출이 늘어나는 것이다. 무니아 타히리 레드켄 미국 지사장은 CNBC에 제품 고도화를 위해 GLP-1 비만치료제를 투여 중인 사용자를 대상으로 제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시르카나의 라리사 젠슨 뷰티 산업 자문위원은 “GLP-1 계열 약물 사용이 늘어나며 탈모는 헤어케어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하는 분야”라며 “많은 GLP-1 사용자들이 일시적인 탈모를 경험한다고 보고했으며, 가정용 모발 성장·치료제, 두피 세럼, 보충제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기관은 GLP-1을 투여 중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미용 제품에 약 30%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지원 jwcho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