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세계 원유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마비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바닷길이 다시 열릴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위기가 진정되더라도 파괴된 중동의 석유 시설과 항만 등 공급망이 복구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 전쟁이 세계 원유시장 역사상 최대의 공급망 교란을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중동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에너지 절약 노력의 범사회적 확산을 위해 필요하면 자동차 5부제 또는 10부제 등 다각도 수요 절감 대책을 조기에 수립해 달라”고 했다. 정부가 208일분의 비축유에 더해 18일 아랍에미리트(UAE)를 통해 1800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확보했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걸로 안심할 수 없다.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많다. 정부가 세금을 풀어 석유 가격을 통제하고 유류세를 인하하면 공급 충격을 일시적으로 덜어줄 수 있지만, 에너지 절약 유인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다. 에너지 소비가 줄지 않으면 에너지 구입을 위한 외화 지출이 늘어나고, 가격 안정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야 한다.
IEA는 정부의 지원과 생활 속의 행동 변화만으로도 단기에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난방 온도를 1°C 낮추면 에너지를 약 7% 줄일 수 있고, 고속도로에서 10km만 속도를 줄여도 연간 60유로(약 10만2800원)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거리는 걸으면 에너지 절약과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K-패스처럼 정액제 교통카드를 활용해 대중교통 이용량에 따라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지원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상황이 나빠지면 재택근무도 단계적으로 늘려야 한다.
낡은 건물의 창호나 효율이 떨어지는 가전제품만 바꿔도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크다. 전기 사용량을 줄이면 보상하는 한국전력의 ‘에너지 캐시백’ 제도, 저소득층이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구입할 때 보조금을 주는 제도 등이 효과적이다. 한국은 전체 원유의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위기를 원자력발전이나 태양광 풍력 등으로 에너지원을 다변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자동차 운전 대신 한 걸음 더 걷고, 난방이나 온수를 더 줄이고, 에너지 고효율 제품으로 바꾸고, 전자제품은 한 번 더 끄는 ‘에너지 다이어트’는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위기 극복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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