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10일 오후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 권력 서열 2위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 국가안보회의 부의장과 나란히 김일성광장 주석단에 올라 한국과 미국, 일본을 겨냥한 북한의 최신 무기 행렬을 지켜봤다. 김 위원장은 전날 기념식 연설에선 반미(反美)연대를 강조하며 “공화국의 국제적 권위가 날로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도 북-중-러 연대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1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9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열린 당 창건 80주년 경축대회 연설에서 “사회주의 역량의 충실한 일원, 자주와 정의의 굳건한 보루로서의 우리 공화국의 국제적 권위는 날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북-중-미 연대의 ‘굳건한 보루’를 자임했다. 김 위원장은 “상시적이고 집요한 압력과 간섭, 침략 위협이 가증되는 속에서 수호와 건설의 어렵고 방대한 과업들을 동시에 수행해야 했던 예는 세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오늘도 적수국들의 흉포한 정치군사적 압력책동에 초강경으로 맞서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접적으로 미국이나 한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북-중-러 연대를 바탕으로 미국 등의 압박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당 창건 이래 ‘80년의 무오류’를 강조하며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회주의 낙원을 세우겠다”고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지금과 같은 기세로 몇해 동안 잘 투쟁하면 얼마든지 우리 손으로 우리 생활을 눈에 띄게 개변할 수 있다”며 “반드시 이 나라를 더욱 풍요하고 아름답게 가꾸고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사회주의 낙원으로 일떠(일으켜) 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장장 80성상에 단 한 번의 노선상 착오나 오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경축대회에는 리 총리와 메드베데프 부의장, 베트남 최고지도자인 또 럼 공산당 서기장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의 오른쪽에는 리 총리가, 왼쪽에는 럼 서기장이 자리했고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럼 서기장 왼쪽에 앉았다. 이는 북한이 중국, 러시아, 베트남과의 밀착을 통해 외교적 위상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권오혁 hyu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