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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홍수 사망 104명… “기상인력 감축 탓” 정치 이슈로

텍사스 홍수 사망 104명… “기상인력 감축 탓” 정치 이슈로

Posted July. 09, 2025 08:13   

Updated July. 09, 2025 08:13


4일부터 시작된 미국 텍사스주의 폭우 및 홍수로 7일 기준 최소 104명이 숨진 가운데 이번 사태가 집권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의 정치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립기상청(NWS)의 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해 홍수 경보가 제때 울리지 않았고 구조 골든타임도 놓쳤다”며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공화당과 백악관 측은 “국가적 비극을 정쟁 도구로 활용하지 말라”고 맞섰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7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립기상청 관련 예산 삭감이 이번 홍수 피해에 미친 영향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주무 부처인 상무부에 전달했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 또한 “정확한 일기 예보는 재앙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기상학자 등 공공부문 종사자들을 무분별하게 감축해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작은 정부’ ‘감세’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기상 관련 기관의 일부를 민영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국립기상청 주요 사무소의 일자리가 각각 적게는 기존 대비 20%에서 많게는 절반이 줄었다.

AP통신에 따르면 홍수 피해가 집중된 텍사스주 커카운티를 담당하는 국립기상청 사무소에서는 27개 직위 중 6개가 공석이었다. 이 중에는 각종 재난 시 경보를 발령하고 주요 공무원들과 협력하는 관리자직 또한 포함됐다.

반면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기상 관련 인력 감축과 홍수 피해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100년에 한 번 있을 돌발 홍수였고 기상청은 제 할 일을 했다”며 “홍수를 두고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악의적인 거짓말이며 국가적 애도 시기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텍사스주가 지역구인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또한 “(민주당이) 자연재해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려 한다”고 동조했다.

CNN 등에 따르면 이번 홍수의 사망자 중에는 여름방학을 맞아 여학생 전용 기독교 여름 캠프 ‘미스틱 캠프’에 참가한 여자 어린이 27명이 포함됐다. 텍사스주의 석유 재벌 윌리엄 허버트 헌트의 증손녀인 제이니(9) 또한 이 캠프에 참가했다가 변을 당했다. 이 캠프의 설립자 딕 이스틀랜드(70) 역시 빗물에 휩쓸려 사망했다. 물이 빠진 미스틱 캠프에는 숨진 여학생들의 가방과 소지품들이 가득해 애도를 자아내고 있다.

실종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스틱 캠프에서만 학생 10명, 인솔 교사 1명 등 11명이 실종됐고 다른 지역에서도 실종 보고가 많은 상태다.


안규영기자 kyu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