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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관리’ 책무 팽개치고 스스로 ‘불안의 눈’ 된 韓 대행

‘안정적 관리’ 책무 팽개치고 스스로 ‘불안의 눈’ 된 韓 대행

Posted April. 18, 2025 07:35   

Updated April. 18, 2025 07:35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을 계기로 한 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를 둘러싼 ‘안개 행보’ 논란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한 대행이 헌재 결정에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자신의 거취에 대해 침묵 모드를 유지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국민들 사이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사실 한 대행의 그간 모습에서 대선까지 채 50일도 남지 않은 정부 교체기에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권한대행의 책임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대행은 탄핵 기각 뒤 복귀 일성으로 “이제 좌우는 없다” “헌법과 법률에 따르겠다”고 하고는 윤석열 전 대통령 측근 인사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하는 무리수를 뒀다. 국민의힘 대선차출론이 번지고 있는데도 가타부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영호남을 방문하는 등 광폭행보를 이어갔다. 그래놓고 헌재 결정이 나왔는데도 아무런 말도 입장도 안내놓고 있는 것이다.

한 대행이 자초한 불신은 관세 협상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다음 주로 다가온 미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은 경제·통상 구조는 물론 국가안보 틀까지 뒤흔들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정파와 이념을 뛰어넘는 국민적 신뢰의 뒷받침 없이 해내기 어려운 숙제다. 협상이 90일 유예 기간을 확보한 만큼 첫발은 한 대행체제가 내딛되 40여 일은 차기 정부가 바통을 이어받아 매듭짓도록 해야 한다. 한 대행의 출마설이 이어지는 상황에선 최종 협상의 방향을 가늠할 초반 협상이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고 국론이 분열되는 걸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칫 과도기 정부의 한계를 외면한 채 욕심을 내 서두르면 협상을 망칠 수 있다는 세간의 시선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어제 한 여론조사에서 한 대행의 대선 출마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이 66%로 ‘바람직하다’는 응답 24%를 크게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중도층에선 77%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한 대행이 안정적 국정관리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이상의 모호한 처신은 가뜩이나 혼란한 정국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우려가 크다. 스스로 ‘불신의 눈’으로 전락하지 말고 공정한 선거 관리자, 국정의 안정적 운영자, 관세 협상의 지휘자로서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 권한대행으로서의 책무이자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