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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직전 ‘사라진 4분’…블랙박스에 기록 안돼

충돌직전 ‘사라진 4분’…블랙박스에 기록 안돼

Posted January. 13, 2025 08:45   

Updated January. 13, 202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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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에 설치된 블랙박스가 충돌 약 4분 전부터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긴박했던 순간 조종사들의 대화는 물론이고 사고기의 속도, 고도 등을 담은 비행 기록도 모두 저장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사고기에는 전력공급중단(셧다운) 상황에서도 블랙박스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전력보조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기의 마지막 4분 기록이 사라지면서 사고 원인 규명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11일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교통안전위원회(NTSB)에서 사조위 조사관 입회하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충돌 직전 4분 동안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자료기록장치(FDR)가 작동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며 “블랙박스 2개(CVR·FDR)가 모두 정지된 원인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랙박스 작동이 멈춘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고기가 셧다운 상황이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엔진이 모두 정지돼 비행기에 전력 공급이 중단된 것이다. 이에 따라 새떼와의 충돌이 셧다운을 유발했는지를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사고기에 블랙박스 전용 전력보조장치가 없었다는 점을 아쉬운 대목으로 꼽고 있다. 2018년 이후 국내에 도입된 항공기에는 셧다운 상황에서도 블랙박스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력보조장치 장착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사고기는 2017년에 도입돼 해당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현재 한국에서 운항 중인 사고기와 동일 기종(보잉 737-800) 가운데 2대 중 1대는 블랙박스 전용 전력보조장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인규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장은 “사고가 나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던 사실이 이제야 밝혀진 것”이라며 “규정 적용 대상이 아니더라도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안전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축복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