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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강백호, ‘포스’가 달라졌다

Posted May. 06, 2024 07:53   

Updated May. 06, 2024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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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던 강백호(KT·25)가 ‘야구 천재’의 모습을 되찾았다. 2022년 데뷔 당시 ‘제2의 이종범’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도영(21·KIA)도 3년 차에 ‘천재 소년’이란 닉네임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두 선수는 4일 나란히 시즌 11번째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최정, 한유섬(이상 SSG), 페라자(한화)와 함께 홈런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날 키움과의 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강백호는 3회 솔로포를 포함해 5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6-2 승리에 기여했다. 이강철 KT 감독에겐 통산 400번째 승리를 안겼고,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신인 투수 육청명의 데뷔 첫 승을 도왔다.

서울고 재학 시절부터 투수, 포수, 외야수 등 여러 포지션에서 재능을 보인 강백호는 데뷔 시즌이던 2018년 29개 홈런을 때리며 신인왕에 올라 차세대 거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21년 16홈런, 102타점을 기록한 뒤로 지난 두 시즌 동안엔 ‘야구 천재’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2022년엔 발가락과 허벅지 부상이 겹치며 6홈런에 그쳤다. 작년엔 심리 불안을 이겨내지 못하고 8홈런에 머물렀다. 수비에선 1루수와 외야수 어디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반쪽 선수’로 전락했다.

빛을 잃어가던 강백호가 다시 살아난 건 올해 포수 겸업을 하면서부터다. 강백호는 주전 포수 장성우의 부상으로 3월 31일 한화전 후반에 포수 마스크를 썼다. 처음엔 일회성 이벤트로 생각했지만 ‘포수’ 강백호의 실력은 모든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포구는 물론이고 블로킹까지 잘 해냈다. 이후로 이 감독은 장성우가 휴식이 필요할 때면 강백호를 선발 포수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수비에서 자기 자리를 찾은 강백호는 타격에서도 자신감을 찾았다. 3월 8경기에서 홈런 1개에 그쳤던 강백호는 4월 25경기에서 9개 홈런을 날리며 세 시즌 만에 두 자릿수 홈런을 채웠다. 강백호는 5일 현재 타율 0.327에 리그에서 가장 많은 35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 감독은 강백호를 두고 “팀의 주축이었던 선수가 지난 몇 년간 뒤로 밀리면서 소심해졌다. 포수로 출전하고 다시 팀의 중심이 되면서 존재감이 생기다 보니 책임감과 집중력도 좋아졌다”고 했다. 포수로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선발로 6경기를 포함해 이번 시즌 모두 9경기에 포수로 나섰는데 도루 저지율이 6.7%(15번 중 1번 저지)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부상에 발목을 잡혔던 김도영도 30홈런-30도루를 노리는 ‘호타준족’ 내야수로 거듭났다. 김도영은 4월 한 달간 25경기에서 홈런 10개와 도루 14개를 기록했다. 월간 10홈런-10도루는 한국 프로야구 43년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김도영은 1일 KT전까지 20경기 연속 안타를 때리기도 했다.

주로 2번 타자 3루수로 경기에 나서는 김도영은 5일 현재 타율 0.329, 11홈런, 27타점, 33득점, 14도루 등으로 거의 모든 공격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홈런과 득점은 1위, 도루는 2위다. 김도영이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면 2000년 박재홍(당시 현대·32홈런-30도루)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24년 만에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