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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노린 꼼수 ‘위성정당…선거제 방치땐 또 판친다

총선 노린 꼼수 ‘위성정당…선거제 방치땐 또 판친다

Posted November. 16, 2023 08:27   

Updated November. 16, 202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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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두고도 여야 간 선거제 개편 협상에 진전이 없는 가운데,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될 경우 거대 양당의 비례전문 정당을 자처하는 이른바 ‘참칭(僭稱) 정당’이 우후죽순 쏟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년 전 20대 총선 때 난립했던 ‘꼼수’ 비례정당인 ‘위성정당’보다도 자격 미달인 정당들이 강성 스피커와 지지층을 앞세워 원내에 손쉽게 입성할 것이란 우려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달 중순까지 선거제 개편 협상을 마무리지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여야 원내지도부는 비례대표제 문제를 놓고 이견을 전혀 좁히지 못한 상황. 선거제 개편 논의를 담당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7월 이후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이달 20일이나 21일에 소위를 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를 별도로 실시해 의석을 배분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위성정당은 막을 수 있지만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은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만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보면서도, 위성정당 난립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고심 중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태극기부대’와 ‘개딸’(개혁의딸) 등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은 ‘친윤(친윤석열) 호소 정당’ ‘친명(친이재명)계 호소 정당’ 등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며 “창당 자체를 막을 순 없지만 수준 미달인 정당이 원내에 진출할 수 없도록 비례대표 제도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등 여야의 강성 스피커들이 잇달아 신당 창당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꺼내 들면서 비례정당 난립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 30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은 국민의힘의 비겁한 변명일 뿐”이라며 “민주당이라도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탄희 의원은 “위성정당이란 용어도 너무 봐준 것 같다. 위성정당이 아니라 ‘괴뢰정당’이라 하는 학자도 있다”라고 했다.

“(위성정당이 아니라) ‘퍼펫 파티’(puppet party)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30여 명은 15일 국회에서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위성정당이란 용어도 과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치학자 슈가트 등이 주장한대로 “괴리정당, 꼭두각시 정당”이라는 것.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은)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며 “우리의 혁신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기본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은 국민의힘의 비겁한 변명일 뿐”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민주적 제도로는 승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민망한 속내”라고 했다. 민형배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위성정당을 막는 것은 위헌이고 불가능하다”면서도 “위성정당의 효과가 없도록 하는,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을 여러 개 만들어놨고, 이를 종합하면 충분히 효과적인 위성정당 방지가 가능하다”고 했다.

민 의원은 지역구 의석수의 50% 이상 후보를 추천하는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의 50% 이상을 의무 추천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지난해에 발의했다. 같은 당 이탄희 의원은 이달 6일 거대정당과 위성정당이 선거 후 2년 이내에 합당하는 경우 경상보조금의 50%를 감액한다는 내용을 담은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날 회견에는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구분 없이 3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당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친명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통화에서 “(선거제 개편) 합의를 하도록 해야지 법만 내는 건 그야말로 보여주기식”이라며 “21대 국회가 마무리 돼가는데, 일방적 처리보다 진정성 있는 여야 합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지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