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담(桃花潭) 일대 유람을 마치고 막 떠나려는데 문득 강 언덕에서 들려오는 답가(踏歌). 사람들이 서로 손잡고 발로 땅을 구르며 합창하는 소리다. 술잔이나 시를 주고받는 여느 전별연과 달리 왕륜은 떼창이라는 깜짝 이벤트로 이백을 전송한다. 목청껏 노래하는 이런 환송 인사가 이백은 놀라우면서도 유쾌했을 것이다. 천 길 깊은 물속도 이 사람의 온정에는 미치지 못할 거라 탄복한 까닭이다.
왕륜은 도화담 인근에서 현령(縣令)을 지낸 인물로 이백과의 친교는 우연한 계기로 이루어졌다. 그곳을 찾기에 앞서 이백은 왕륜에게서 편지를 한 통 받는다. 이백의 시명을 흠모해 온 그가 일방적으로 보낸 초대의 글이었다. 그곳에 도화(桃花)가 10리나 뻗어 있고 만가(萬家) 주점도 있으니 술을 좋아하는 선생께서 꼭 한 번 찾아주십사 하는 내용이었다. 이백이 흔쾌히 수락하고 당도하자 왕륜이 말했다. 사실 도화는 도화담을 일컬은 말이요, 만가 주점이란 술집이 많다는 게 아니라 술집 주인이 만씨라는 뜻이라고. 이 재치 있는 해명에 이백은 가가대소했고 둘은 수일간 함께 유람을 즐겼다.
짤막한 시 속에 시인 자신과 상대의 이름자를 모두 담는 사례는 한시에선 흔치 않은 일종의 파격. 굳이 시인이 이런 파격을 선택한 건 자신이 스무 살 연장임에도 친근하고 소탈하게 상대에게 다가서려는 특유의 사교 방식이랄 수 있겠다.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