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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에 빗자루 기대며

Posted January. 02, 2021 07:53   

Updated January. 02, 2021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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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은해가 가는 줄도 모르고 지나갔다. 새해가 오는 줄도 모르고 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끼리 정해 놓은 약속일 뿐이라고 해도, 약속의 의미가 참 약해졌다고 해도 달력의 1월 1일은 중요한 날이다. 그런데 올해 1월 1일은 좀 어색했다. 새해 인사를 벅차게 하기도, 기쁘게 받기도 껄끄럽다. 올해는 좀 나아지려나. 이런 걱정보다는 새로운 다짐, 포부 같은 것이 어울리는 것이 원래 새해 아니던가. 익숙하던 의미가 흔들리면 사람은 당황하고 불안해진다.

 감기가 오려고 할 때 생강차를 마시는 것처럼, 발밑이 흔들릴 땐 단단한 시를 읽으면 좋다. 몸에 한기가 들 때 미리 내복을 찾아 입는 것처럼, 마음이 불안할 땐 따뜻한 시를 두르면 좋다. 새해라는 말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지만, 새해에 읽고 싶은 착한 시, 건강한 시. 신현정 시인의 ‘담에 빗자루 기대며’이다.

 시인은 아파트에 살다가 마당이 있는 주택으로 이사했나 보다. 아침부터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고 있다. 단순한 일이지만 청소는 기껍다. 하고 나면 기분도 바닥도 상쾌한 상태가 된다. 그런데 사실 이 시를 선택한 이유는 마당이나 청소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시에서 반복되는 말, “얼마만이냐”가 지금 우리에게 퍽 간절하기 때문이다. 반가운 사람 만나 포옹하면서 등을 두드리고 싶다. 우리 얼마 만이냐. 그 사람의 미소 짓는 입가를 보면서 덩달아 웃고 싶다. 이게 얼마 만이냐. 북적대는 길거리에서 어깨를 마주치며 걷고 싶다. 그 자유 대체 얼마 만일까.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