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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셰그라드의 경험을 북에

Posted December. 05, 2015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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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 헝가리는 몽골의 침공에 대비해 다뉴브 강 풍광이 아름다운 곳에 비셰그라드라는 요새 도시를 세웠다. 이곳에서 1335년 헝가리, 보헤미아, 폴란드 세 왕국의 왕이 모여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조에 맞서는 동맹 결성을 논의한다. 소련이 몰락한 1991년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정상이 그 자리에 다시 모여 유럽연합(EU) 가입 등을 논의했다. 중유럽 지역협력체인 비셰그라드 그룹의 탄생 배경이다. 그 후 체코슬로바키아가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나뉘면서 지금은 4개국 협력체가 됐다.

공산주의 체제로부터 탈피하는 동유럽 혁명이 폴란드에선 10년, 헝가리에선 10개월, 동독에선 10주, 체코슬로바키아에선 10일이 걸렸다는 말이 있다. 1989년 소련의 손아귀 힘이 약해지면서 동유럽의 소련 위성국가들은 저마다 민주주의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성공한 나라는 이들 비셰그라드 그룹과 발트3국(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정도다.

체제 전환 성공의 비결은 급진적 경제개혁에 있다. 폴란드는 1989년 6월 총선에서 민주세력이 압승한 뒤 1990년 1월 1일 국영기업 청산, 환율 자유화 등 모든 영역에서 한꺼번에 시장경제 이행을 선언했다.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도 마찬가지다. 점진적 개혁이 충격을 줄일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국민적 열망이 높은 민주화 초기에 경제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개혁 반대 세력이 스멀스멀 기어 나와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초기 혼란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극복이 가능하다. 가장 급진적으로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 폴란드는 1991년 이후 연평균 제조업 성장률 9%를 기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체코 프라하에서 비셰그라드 그룹과 첫 정상회의를 마친 뒤 비셰그라드 국가들의 성공적인 체제 전환 경험이 한반도 평화통일과 통합 과정에 의미 있는 교훈과 시사점을 준다고 했다. 공산체제가 무너지기 전 민주화를 열망하는 세력이 형성돼 있어야 하고, 급진 개혁이 필수라는 점도 염두에 두고 한 말인지 궁금하다.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