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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휴가혁명이 직장문화 바꾼다

Posted July. 01, 20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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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는 혁신-창의성 총괄 책임자(Head of Innovation & Creativity Programs)라는 직함이 있다. 5월 방한했던 프레드릭 G 페르트 총괄은 투명성과 발언권을 혁신의 주요 요소로 꼽았다. 구글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말단 인턴사원부터 최고경영자까지 5만여 명 직원 모두에게 공개한다. 쓸데없는 일의 반복을 막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도와줄 수 있어 좋단다. 하지만 이보다 유명한 창의성 프로그램은 역시 업무시간의 20%를 딴짓하기에 배정하는 것이다.

딴짓이 창의성을 북돋는다는 연구 결과는 수두룩하다. 대니얼 스미스 미국 인디애나대 켈리 경영대학원 교수는 정보 과부하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막는다. 회의를 멈추라고 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많이 생각하고 자고 운동하고 식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그러다가 문득 우리에게 찾아온다는 것이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는 책으로 유명한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씨도 놀아야 창의성이 생긴다고 역설한다.

삼성전자가 최대 1년간 자기계발 휴가를 쓸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장기 해외여행이든 어학연수든 계획서만 내면 조건 없이 자기 충전의 시간을 갖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남녀 임직원이 모두 쓸 수 있는 육아휴직 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관리의 삼성에서 창의적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삼성은 작년부터 주 40시간만 근무하면 마음대로 출퇴근할 수 있는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인의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2위(2013년)를 차지할 정도로 길다. 계속 1위였다가 주5일 근무제와 시간선택제 확대로 2008년 이후 멕시코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세계 최대 직장 평가사이트 글래스도어에는 한국의 고리타분한 기업문화에 대한 혹평이 많다. 일을 끝내도 상사 눈치를 보느라 퇴근 못 한다 같은 지적도 있다. 발언권이 혁신의 주요 요소인 이유를 알 것 같다. 유쾌한 휴가혁명이 한국의 직장문화를 변화시키는 촉매가 된다면 좋을 것이다.

신 연 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