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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년 전통 영 가디언, 첫 여성 편집국장 탄생

194년 전통 영 가디언, 첫 여성 편집국장 탄생

Posted March. 23, 20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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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년 전통의 진보 성향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서 첫 여성 편집국장이 나왔다. 가디언은 20일 편집국 부국장을 지낸 캐서린 바이너 씨(44사진)를 올해 여름 제12대 본지 편집국장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가디언은 2011년 미국판, 2013년 호주판을 만들었다. 바이너 내정자는 가디언을 가장 야심 찬 언론, 아이디어와 이벤트의 발상지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바이너 국장은 영국의 고급 일요신문인 선데이타임스매거진 기자를 거쳐 1997년 가디언에 합류했다. 2006년 특집 담당 편집자, 2008년 편집국 부국장에 오른 뒤 2013년 호주 디지털판 책임자에 임명됐고 지난해부터 미국판 편집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번 바이너 국장의 임명은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올 1월 172년 역사상 처음으로 재니 베도스 기업담당 에디터를 첫 여성 편집국장에 임명한 데 이은 화제라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가디언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언론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변화와 개혁을 추진한 언론사 중 하나로 미디어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1년 신문사 중 가장 먼저 실시간 뉴스를 인터넷 사이트에서 생중계하는 라이브 블로그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라이브 블로그라는 간판을 내건 한 블로그가 2010년 아랍의 봄 당시 크게 활용되면서 가디언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였다. 2008년에는 경제와 국제 분야 뉴스를 시작으로 기사를 종이 신문보다 먼저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는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시도했다. 또 다른 일간지와는 달리 편집국장이 종이 신문뿐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까지 총괄할 정도로 디지털 부문에 주력하고 있다.

가디언은 디지털 퍼스트 전략으로 온라인 독자를 크게 늘렸다. 2010년 기준으로는 매달 한 번 이상 홈페이지를 방문한 사람이 약 4000만 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1억 명을 돌파했다. 20122013년 디지털 분야 매출액이 인쇄 분야를 뛰어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혁신이 아직까지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게 가디언의 고민이다. 가디언은 지난해 3060만 파운드(508억 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미국과 호주에서 현지 디지털판을 총괄한 경험이 있는 바이너 편집국장 내정자는 온라인 독자의 성장세를 토대로 수익까지 창출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현해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가디언은 디지털 전략과 함께 탐사보도로 방향을 틀어 지난해 미국 국가안보국(NSA) 요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NSA의 무차별적 도청 감청 실태를 특종 보도해 퓰리처상을 탔으며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서는 프랑스 일간 르몽드, 캐나다의 CBC방송,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등과 함께 스위스의 은행이 검은돈의 은닉과 탈세를 방조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20년 이상 편집국장을 지내고 있는 앨런 러스브리저 현 국장(62)은 올여름 임기를 마친 뒤 2016년 이후 가디언 그룹을 소유하고 있는 스콧트러스트의 의장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1995년 편집국장에 취임한 뒤 디지털 신문으로 가기 위해선 우리의 문화와 사고가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가디언 편집국 안에서는 어떤 기자도 종이 신문을 보면 안 된다고 말할 정도로 디지털 혁신을 진두지휘해 가디언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영자지 중 하나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