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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언니의 양보, 후배들의 보은

Posted September. 29, 2014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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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만 바라보고 10개월간 수천 발의 화살을 쐈다. 남편, 아이와도 헤어져 지냈다. 그렇게 어렵게 아시아경기 출전권을 손에 쥐었다.

그렇지만 주현정(32현대모비스)의 선택은 개인 대신 팀이었다. 대표 선발전 3위로 단체전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그는 스스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어깨가 아픈 자신이 후배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발전 4위 이특영(25광주광역시청)이 그의 자리를 대신했다.

사대에는 서지 못했지만 주현정은 후배들과 함께였다. 후배들은 언니의 마음을 화살에 담아 활을 쐈다. 결과는 금메달, 그리고 아시아경기 5연패였다.

이특영과 장혜진(27LH), 정다소미(24현대백화점)로 이뤄진 한국 양궁 리커브 여자 대표팀이 28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이 종목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세트점수 6-0(54-50, 56-55, 58-52)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후 세 선수는 주현정과 얼싸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주현정은 내가 금메달을 딴 것처럼 기쁘다. (이)특영이한테 큰 부담을 준 건 같아 미안했는데 너무 잘 이겨냈다고 말했다.

주현정은 꿈속에서도 후배들의 금메달을 응원했다. 출전권을 양보하기로 마음을 굳힌 24일 밤 그는 생생한 꿈을 꿨다. 그는 이불 속에서 꺼낸 금메달을 후배들에게 주면서 언니가 금메달 준비해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주현정은 이 얘기를 후배들에게 직접 하진 않았다. 그 대신 언니가 좋은 꿈을 꿨으니 편하게 쏘면 된다라고 격려했다. 주현정은 26일에는 양궁장 잔디에서 100원짜리 동전 2개를 주웠는데 선수들은 이것도 역시 길조로 받아들였다.

세 선수는 언니와 한마음 한뜻으로 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입을 모았다. 아픈 어깨 때문에 박수도 치지 못한 주현정은 대신 큰 목소리로 경기 내내 후배들을 응원했다.

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