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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배경의 영문 모험소설 시카고의 공주 초판 국내 첫 공개

대한제국 배경의 영문 모험소설 시카고의 공주 초판 국내 첫 공개

Posted May. 30, 201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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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대한제국에서 한 서양인 남녀가 겪은 모험담을 그린 영문 소설 시카고의 공주(A Chicago Princess) 1904년 초판(사진)이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시기 한반도를 소재로 다룬 서양소설의 존재도 처음 밝혀졌거니와, 작가 로버트 바(18491912)는 셜록 홈스 패러디 소설의 개척자로 알려진 인물이라 관심을 끈다.

한국 관련 해외 서지자료를 수집하는 아트뱅크의 윤형원 대표(68)는 28일 미국 뉴욕의 프레더릭 A. 스토크스 출판사가 1904년 출간한 소설 시카고의 공주 1쇄본 2권을 최근 해외 고서적 경매시장에서 구입했다고 밝혔다. 소설은 총 306쪽에 이르는 장편이다.

소설 내용은 한국인 시각에서 보면 다소 황당한 면도 없지 않다. 동양 황실에 관심이 많은 미국 백만장자의 딸이 영국 전직 외교관의 도움을 얻어 일본과 한국을 방문한다. 배를 타고 제물포로 입항한 이들은 서울에서 대한제국 황실과 접견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서양 여인의 미모와 매력에 반한 황제가 그녀를 부인으로 맞고 싶어 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결국 이들이 천신만고 끝에 조선을 탈출해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100% 허구의 내용이다. 윤 대표는 작가가 당시 한국에 대한 구체적 정보 없이 상상력을 발휘해 쓴 작품이라며 그래도 Emperor of Corea와 같은 표현으로 미뤄보건대 대한제국의 존재는 정확히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국적인 소설가 바는 미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1881년 영국으로 건너간 뒤 소설가로 활발히 활동했다. 1892년 그가 창간한 문예지 아이들러(The Idler)엔 평소 친분이 깊던 코넌 도일과 마크 트웨인이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코넌 도일과는 막역한 사이로, 그의 허락을 얻어 루크 샤프(Luke Sharp)라는 필명으로 쓴 소설 페그람의 괴사건은 세계 최초의 셜록 홈스 패러디 문학으로 유명하다. 윤 대표는 주로 탐정물을 썼던 작가가 한국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배경으로 로맨스 가득한 모험활극을 집필했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