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로점거 안돼한남대교 시위주도 3명 운전면허 취소

경찰이 도로를 무단 점거하고 불법 시위를 벌인 주동자들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내렸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9월 3일 서울 한남대교 남단에서 북단 방향 총 6개 차로를 30분 동안 점거하고 시위를 벌인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소속 농민단체 대표 등 3명에 대해 운전면허 취소 통보를 했다고 23일 밝혔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동차를 이용해 교통을 방해한 경우 면허취소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9월 3일 오후 3시경 전농 소속 전남, 전북 농민단체 회원 1300여 명은 이날 오후 4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전국 농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48대의 관광버스에 나눠 타고 서울로 올라오고 있었다. 스타렉스 승합차를 타고 선두에서 관광버스 대열을 이끌던 광주, 전남도연맹 의장 박모 씨(57)는 갑자기 한남대교의 5, 6차로에서 차량을 세웠다. 그러자 뒤따라오던 관광버스 48대도 박 씨가 타고 있던 승합차를 앞질러 가지 않고 일렬로 정차했다. 박 씨가 타고 있던 승합차 뒤에서 따라오던 관광버스 15대는 ##?3중으로 한남대교의 편도 6개 차로를 전부 막았다. 박 씨 등 농민 단체 간부들은 차에서 내린 뒤 버스에 타고 있던 농민단체 회원들에게 기습 시위를 벌일 것을 주도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날 기습 시위는 전남도연맹 의장인 박 씨와 전북도연맹 의장인 하모 씨(59)가 이미 경부고속도로 죽전휴게소에서 사전 모의를 마치고 계획한 거였다.

버스에서 모두 내린 회원 1000여 명 중 400여 명은 자신들이 점거한 한남대교를 따라 걸으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반대, 기초 농산물 국가수매제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나머지 회원들은 한남대교 난간에다 농가 부채 탕감하라, 한우 등록제 폐기하라, 쌀값 인상 실시하라등의 현수막과 전농 깃발을 들고 시위를 계속했다.

전농 회원들은 30여분 간의 기습 시위를 마친 뒤 다시 버스에 탑승해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이들의 시위로 신사동, 서초동 등에서 한남대교로 이어지는 도로에서는 극심한 교통 정체가 일어났고 무려 2시간 이상이 지나서야 정상화됐다.

경찰은 도로를 점거하고 미신고 불법 집회를 개최해 약 30여 분간 교통소통을 막는 등 시민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입힌 농민단체 간부 및 회원 24명을 일반교통방해혐의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뒤 23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특히 스타렉스 승합차를 운전하다 가장 먼저 도로를 막은 전남도연맹의 정책위원장 정모 씨(41) 와 불법 시위를 주도한 박 씨에 대해서는 운전면허 취소 결정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고자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시민의 교통을 방해하는 시위에 대해서는 앞으로 엄중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