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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죽음 앞에 설 때

Posted November. 25, 2013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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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막을 올린 뮤지컬 고스트는 1990년 개봉한 영화 사랑과 영혼이 원작이다. 강도의 총에 맞아 급사한 샘은 난 준비가 안 됐어!라며 절규한다. 이를 지켜본 또 다른 영혼은 다들 그렇게 말하지라고 대꾸한다. 그렇다. 만반의 준비를 한 뒤 죽음을 맞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죽음과 마주할 때 숨 쉬고 있는 이 순간의 의미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인디언들은 사람이 죽으면 이 세상 곳곳에 머문다고 믿었다. 김효근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가 작곡한 내 영혼 바람 되어(A Thousand Winds)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인디언의 구전 시에 곡을 붙인 노래다. 그곳에서 울지 마오/나 거기 없소 나 그곳에 잠들지 않았다오/(중략)/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찬란히 빛나는 눈빛 되어/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하늘한 가을비 되어(후략). 사랑하는 이들이 떠나도 모습을 바꿔 내 곁에 머물고 있다는 믿음은 큰 위로가 된다.

낙원을 꿈꾸며 타이티로 떠난 고갱은 병과 궁핍으로 힘든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딸이 숨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고갱은 딸을 유독 사랑했다. 고통 속에 감행한 자살 시도가 실패하자 고갱은 죽기 전에 필생의 역작을 그리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긴 제목의 걸작이다. 폭이 4m 가까이 되는 이 대작은 숨을 턱 막히게 만든다. 삶과 죽음에 대한 고갱의 처절한 고뇌가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 베르디는 비극적인 작품을 주로 만들었다. 한데 그의 마지막 작품은 유쾌하기 그지없는 오페라 팔스타프다. 팔스타프는 나이 많고 뚱뚱하지만 스스로를 더없이 매력적인 존재라 여기며 동네 여인들에게 추파를 던진다. 그러다 여인들에게 혼이 나며 갖가지 소동이 벌어진다. 베르디는 여든에 만든 마지막 작품을 통해 인생은 비극이 아니라 한바탕 즐거운 소동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인간은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가장 솔직해지는지도 모르겠다.

손 효 림 경제부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