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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예산부터 흑자 약속 못 지키는 박근혜 정부

첫 예산부터 흑자 약속 못 지키는 박근혜 정부

Posted September. 12, 201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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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적자예산(관리재정수지 기준)을 편성할 예정이다. 2014년부터 재정수지 흑자를 내겠다는 중기재정운용계획의 약속을 꼭 1년 만에 뒤집는 것이다. 현 정부 출범 후 처음 짜는 예산부터 약속을 깨겠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재정계획에서 2014년부터 흑자예산을 짜고 2015년부터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현재 36.2%)을 20%대로 떨어뜨리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허언()은 내년 한 해로 그칠 것 같지 않다. 내년 적자는 새로운 복지를 도입해서가 아니라 기존 복지의 혜택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서 생기는 것이다. 고령화 탓이다. 복지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면 적자폭은 더 커지게 돼 있다. 당초 박근혜 정부가 목표로 한 임기 내 균형재정 달성과는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이다.

정부는 대내외 경제 여건과 정책 목표를 고려해 재정의 적자 또는 흑자를 선택할 수 있다. 국내 경기는 이미 반등세로 돌아서 내년은 회복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인위적 경기부양에 필요한 정부사업을 위해 적자예산을 편성하는 상황이 아니다.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재정적자는 쓸 곳을 많이 만들어놓고 쓸 돈을 마련할 궁리는 게을리 해서 생긴 것이다.

한국의 복지지출은 GDP 대비 9.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9.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 비율은 OECD의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 째다. 조세부담률도 20.2%로 재정수요나 국가 위상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편이다. 복지와 증세를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복지 확충과 이를 위한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조세부담률을 2017년 21%로 향후 5년 동안 겨우 0.8%포인트 높일 계획이다. 그것도 직접 증세가 아닌 비과세 정비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이루겠다고 한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대선 공약에 발목이 잡혀서다. 불가능하다는 게 대다수 재정전문가들의 고언이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현 정부가 복지확대를 원한다면 국민에게 증세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편이 정직하다. 계속 문제를 회피하면 복지 약속과 재정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