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2월 16일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을 모니터하던 우리 정보당국은 지도자 동지의 40회 생일을 맞이하여라는 말을 듣고 의아해 했다. 북한이 1년 전에도 김정일의 40회 생일을 축하한다고 했는데 다시 40회 생일을 들고 나온 것이다. 나중에 우리 정부는 1912년생인 아버지 김일성과 태어난 해의 끝자리를 맞추기 위한 출생 조작으로 판단했다. 북한은 또 러시아 하바로스크에서 태어난 김정일의 출생지를 백두산 밀영()으로 둔갑시켰다. 김정일의 생가인 귀틀집과 정일봉의 높이는 정확히 216m 차이였다고 선전했다. 김정일이 태어난 날 세상은 온통 눈으로 덮여 은백의 향연이었다고 했다. 천지를 울리는 기운에 끌려 한자리에 모인 김일성 휘하 부대원들은 나무 위에 백두산에 광명성()이 떴다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고 한다. 북한의 인공위성도 광명성이다.
북한은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 4월 15일을 태양절로 부르며 민족 최대 명절로 기념한다. 김일성은 빨치산 시절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으며 가랑잎을 타고 대동강을 건넜다는 천출() 명장으로 떠받들어진다. 북한의 공식 문헌은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바로 그날 만경대 생가엔 쌍무지개가 비쳤고 밤에는 하늘에 새로운 샛별이 떠올랐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 민족을 김일성 민족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니 무슨 조작은 못하겠는가. 평양 시내 한 복판에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미이라가 유리관에 안치돼 영생()하고 있다.
김정은이 출생연도 역시 조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북한은 2009년부터 국가정보원 기록(1984년생), 김정일 전속요리사 후지모코 겐지의 설명(1983년생)과 달리 1982년생이라고 밝히고 있다. 10년 단위의 꺾어지는 해를 좋아하는 북한이 할아버지와는 70년, 아버지와는 40년 차로 맞추기 위해 출생연도를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일 3년상이 끝나지 않은 탓에 김정은의 신격화 속도는 더디지만 벌써부터 장거리 미사일은 김정은의 별칭을 따 은하로 했고, 31세 김정은은 벌써 2400만 북한 주민의 어버이다.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의 새해 첫 공개 활동 사진이 나왔다. 작년 말까지도 배가 불러 출산 임박설이 제기됐는데 이번 사진에는 아이를 낳은 듯 홀쭉한 모습이다. 북한이 퍼스트레이디의 존재에 대해서도 비밀에 부쳤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출산에 대한 자세한 소식은 공개되지 않을 듯 하다. 이 아이가 2012년생을 택한다면 김일성 탄생 100주년에 난 세기의 지도자가 될 것이다. 2013년생으로 한다면 북한은 이 아이의 생일을 김일성 생일(4월15일)로 택할지, 아니면 김정일 생일(2월16일)로 잡을지 궁금하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