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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후보는 무상의료 재앙 알고 말하는가

[사설] 문후보는 무상의료 재앙 알고 말하는가

Posted October. 24, 2012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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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후보들에게 질문한 정책 이슈 10가지에 대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국민 모두가 질병 치료에 대한 걱정과 부담 없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답해 사실상 무상의료 찬성 의사를 피력했다. 다른 후보들의 정책도 문 후보 못지않게 포퓰리즘 성향을 드러냈지만 무상의료는 외국 사례에 비춰 재앙에 가까워 우려스럽다.

문 후보가 생각하는 무상의료는 영국이나 스웨덴 네덜란드 같은 북유럽 모델일 것이다. 이들 국가의 무상의료 재원은 세금이다. 1947년 무상의료를 도입한 영국은 국민 1인당 연간 2000파운드(한화 360만원)를 무상의료를 위한 세금으로 낸다. 한국의 건강보험 가입자 연평균 보험료는 2011년 말 188만원이다. 무상의료를 말하기 전에 문 후보는 국민이 세금이나 건강보험료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낼 의향이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병원은 전부 국공립이고 의사는 공무원인 의료체계는 필연적으로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 영국에선 상급병원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 몇 달씩 대기해야 한다. 부유층은 질 좋은 진료를 받기 위해 외국으로 떠나면 그만이지만 서민은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박봉에 묶인 의사들은 사명감도, 신기술에 대한 의지도 없다. 우수 두뇌들이 의대를 기피해 영국 병원은 외국 수련의를 받고 있다. 연간 영국 병원에서 수련하는 인도 파키스탄계 의사가 1만 명이 넘는다.

한국의 의료보장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른 회원국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은 사실이다. 암 등 중증질환의 보장수준이 낮아 중병에 걸리면 경제적 타격이 크다.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당위론은 맞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도 기초생활수급권자는 무상급여를 받는다. 중증질환에 대한 낮은 보장수준은 보험료 부담을 높여 보장수준을 늘리는 방안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

무상의료는 가수요를 부른다. 무상급식을 한다고 학생들이 한 끼 먹을 걸 두 끼 먹지는 않는다. 하지만 의료가 공짜라고 하면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서 드러눕는 사람이 늘어난다. 시간이 남아돌고 아픈 곳이 많은 노인들의 의료쇼핑이 급증할 것이다. 보건의료미래위원회가 지난해 추계한 2020년 국민의료비는 256조원이다. 그냥 둬도 의료비는 고령화 때문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무상의료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찬성하는지 문 후보에게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