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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땐 북인구 8% 남한행 결핵-말라리아 확산 위험

통일땐 북인구 8% 남한행 결핵-말라리아 확산 위험

Posted October. 17, 201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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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남과 북은 통일에 성공했다. 함경북도 농촌에 사는 A 씨는 일자리를 찾아 남한의 대도시로 이동했다. 북한 전역의 기차역과 터미널은 남한에 가려는 사람들로 대혼란을 빚었다. 축제 분위기 속에 남한으로 내려온 A 씨는 새로운 일을 꿈꾸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남한에서는 북한 주민을 받아들이기 바빠 북한 주민에 대한 건강검진은 뒤로 미뤄졌다. 그는 북에서 결핵을 앓았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드문드문 약을 복용한 탓에 내성을 가진 결핵균이 몸에 자리 잡았다. 그의 결핵균은 공기를 타고 남한 지역 사람들에게 빠르게 전파됐다.

16일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국립보건연구원의 통일 대비 보건분야 대처방안 보고서를 토대로 만든 가상 시나리오다.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 후 3년 이내에 북한 인구 약 2400만 명의 8%인 200만 명이 남한으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북한 농업인구 600만 명이 남한이나 북한의 공업도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북한에서 많이 발생하는 결핵 말라리아 기생충 등 감염 질환이 인구 이동 경로를 따라 남한으로 빠르게 확산될 위험성이 크다며 인간 안보의 핵심인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년 만에 최대 1000만 명 결핵 우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기를 타고 전파되는 호흡기 질환 결핵이다. 현재 북한의 결핵 환자 수는 인구의 5% 수준으로 매년 1만2만 명이 결핵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남한으로 이주하는 200만 명 중 결핵 환자가 10만 명 섞여 있다고 가정하면 남한에서 최소 100만 명에서 최대 1000만 명까지 새로운 결핵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핵 환자 1명이 1년에 최소 10명 이상 결핵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국립보건연구원 조명찬 원장은 특히 북한에는 결핵을 완치하지 않고 약 복용을 중단하는 사람이 많아 약에 내성을 가진 결핵일 위험성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청소년에게 피해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한 살 이전에 맞은 결핵 예방주사(BCG)의 면역 효과가 10대 후반에는 없어지 는데다 학생들의 운동 부족,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고등학교나 입시학원 등 10대 후반이 집단 생활하는 곳에서 결핵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남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결핵 유병률(인구 대비 일정 시점의 발병자 수) 1위를 차지해 2010년 기준 10만 명당 97명에 달한다.

말라리아 확산도 우려된다. 남한에서는 1960년대부터 시행된 말라리아 박멸사업의 성과로 1984년 이후 토착 말라리아 발생보고가 없었다. 하지만 1993년 북한과 가까운 경기 파주시에서 말라리아가 출현해 현재까지 2만8000여 명의 누적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북한과 인접한 경기 북부, 강원 북부, 인천 등에서 발병률이 높다. 잠복기인 말라리아 환자가 인구 밀집 지역으로 이동하면 모기에 의해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

혼란과 비용 줄이기 위한 관리 시급

북한의 기생충 질환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함경북도 일부 주민 대상 대변검사에서 장내 기생충인 회충 43.2%, 편충 40.3%로 한국의 1970년대 초반과 비슷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현재 남한의 장내 기생충 감염 비율은 2% 수준이다. 김동수 인하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는 남한에서는 이미 사라진 후진국형 기생충이 다시 등장해 퍼질 가능성도 크다며 북한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치료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하려면 북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며 독일에 비해 남북한의 건강 수준 격차가 더 심각해 통일 이후 혼란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를 제출받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국가과학기술 5개년 계획과 과학기술 중장기 발전계획에 이 같은 실태를 반영해 통일 대비 과학기술 정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