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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 대한민국은 숙박혁명 중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 대한민국은 숙박혁명 중

Posted September. 17, 20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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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회사에서 은퇴한 차태식 씨(67)는 최근 딸의 출가 등으로 자택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의 방 2개가 비게 됐다. 남는 공간을 의미 있게 쓰고 싶었던 그는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각종 홈스테이 알선 사이트에 자신 소개와 함께 방 정보를 올렸다. 그 뒤 외국 관광객들이 한 달에 10일 정도 그의 집을 찾고 있다. 차 씨는 동남아, 미국, 스페인 등 세계 각지의 게스트들과 교류하며 은퇴 이후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월 100만150만 원의 수입도 올린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 대한민국은 지금 숙박혁명 중이다. 한류 붐으로 해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숙소가 부족해지자 도시 민박, 하우스 렌트 등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대체 숙소들이 빠른 속도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자녀들을 출가시킨 은퇴부부에서부터 방을 빌려주고 부수입을 올리려는 젊은 직장인까지 대체 숙소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알선하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외국 관광객에게 현관을 열다

부산 남구 문현동에 사는 김테레사 씨(54)는 10월에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보러 올 외국인 관광객들의 숙박 예약을 받느라 분주하다. 평범한 주부인 그는 올해 초부터 아파트의 남는 방 2개를 관광객들에게 숙소로 제공하고 있다. 자녀들이 모두 외국에 살기 때문에 부부만 쓰기엔 집이 커서다. 김 씨는 아침 식사를 포함해 1박에 5만6만 원 선에서 방을 제공하고 원하면 저녁도 준다며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돼 주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음성적으로 운영되던 외국인 대상 홈스테이는 올해 외국인관광도시민박법이 발효되면서 제도권으로 편입됐다. 요건에 맞춰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하면 누구나 자기 집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합법적으로 숙박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 중인 코리아스테이를 비롯해 여러 홈스테이 알선 사이트들이 외국인과 교류하려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기다.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인도시민박업으로 등록된 숙소 중 우수 운영 가구로 선정한 코리아스테이는 8월 말 현재 332가구에 이른다. 홈스테이는 외국인 중에서도 특히 한류 팬들에게 인기다. 차 씨는 한류 팬인 고교생 딸과 함께 왔던 미국인 변호사 등 대부분 일반 가정에서 한국의 일상을 체험해 보고 싶어서 온 게스트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최소 투자비용으로 수익 내는 틈새사업

대체 숙소를 찾는 외국인이 증가하자 이를 발 빠르게 사업화하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다. 프리랜서 번역가인 신승현 씨(26)는 얼마 전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원룸을 단기임대해 주면서 부수입을 얻고 있다. 서울 이태원, 홍익대 입구, 동대문 등 주요 관광지 부근 원룸 여러 곳을 싸게 얻은 뒤 글로벌 민박알선 업체인 에어비앤비 등에 호스트(집주인)로 등록하고 원하는 관광객들에게 숙소로 빌려주는 방식이다. 신 씨는 한 달에 보름 정도 예약이 차면 월세, 공과금을 빼고 수익이 남는다며 다른 숙박사업과 달리 초기 비용이 거의 안 들어 젊은 사람들도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에어비앤비, 윔두 등 글로벌 민박 알선 사이트에 등록된 한국 호스트들의 자기소개를 보면 법무사, 국책연구소 연구원, 금융사 직원 등 직업이 다채롭다. 해외 경험이 풍부하고 외국어가 능통한 젊은층들이 주를 이룬다.

민박알선회사 비앤비히어로의 조민성 대표는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아예 회사를 차렸다. 5월 서비스를 론칭한 이후 전국 800여 실을 확보했다. 조 대표는 원래는 방을 공유하자는 데서 출발했지만 수요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빈집이나 원룸 등을 전문적으로 렌트하는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숙소 육성 나서는 정부

숙소 부족 문제가 외국인 관광객 확대에 최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자 정부도 대체숙소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외국인 관광객이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지만 전국 객실 공급 증가율은 3% 미만에 머물러 수요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미분양 오피스텔을 호텔로 용도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하고 희망업체 조사에 들어갔다. 홈스테이 운영을 목적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살 경우 분양가 할인 등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국내 소셜 숙박알선 업체와 제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말까지 1100만 명의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경우 수도권 객실 수요는 4만270여 실이지만 공급은 3만3954실에 머물고 있다.

남찬우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진흥과 사무관은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예산과 목적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숙박업소들을 찾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대체숙소 증가는 반길 만한 일이라며 신고 없이 소규모로 이뤄지는 경우가 여전히 많아 이를 양성화할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