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중학교 화장실을 개선해 달라고 호소하는 학부모의 글이 올라왔다. 화장실이 너무 불편하다는 딸의 얘기를 듣고 관심을 갖고 보니 아직도 서울 한복판에 이런 화장실이 있다는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학교 화장실이 한 번 스쳐가는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수준의 100분의 1도 못 미친다는 사실에 경악할 따름입니다. 이 학부모는 현장 사진을 직접 찍어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렸다.
어찌 화장실뿐일까. 지난해 서울의 학교 시설 6354곳 가운데 909곳이 안전 면에서 C등급인 중점관리 대상이었고 31곳이 D등급인 재난위험 시설로 분류됐다. 13.8%가 보수 또는 재건축이 시급한 상태다. 서울 시내 유치원과 초중고 가운데 77.2%가 석면 의심 시설이라는 통계도 있다. 석면은 대표적인 발암 물질이다. 일선 학교에선 21세기에 학교 시설은 1980년대 수준이라는 말이 나온다. 노후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이 해마다 책정되고는 있으나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 시내 학교들은 올해 노후시설 개선 사업비 3575억원을 요구했으나 1073억원만이 배정됐다. 학생 눈높이에 맞춘 학교 시설을 확보하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 하다.
올해 1월 업무에 복귀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직원 등을 상대로 한 워크숍을 올해 들어 5차례나 열어 구설수에 다시 올랐다. 소요 예산은 1억2734억원으로 한 번에 2500여만 원 씩이 들어가는 셈이다. 곽 교육감은 워크숍에서 평소 마음에 품고 있던 문제의식을 솔직하게 말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직원들에겐 상도 주었다. 업무 추진을 위한 화급한 행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선심 워크숍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감 복귀 이후 그의 행보는 무척 조급했다. 시민이 우려하는 학생인권조례 등을 밀어붙였고 인사권을 남용했다. 자신의 정책을 미화하는 영화 제작에 서울시교육청 예산 3억원을 들였다. 곽 교육감의 범죄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7월 내려질 예정이다. 현재로선 교육감 직을 그만두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쓸 게 아니라 열악한 교육환경을 조금이라도 낫게 하는 일에 공을 들였다면 그나마 뒷모습이 낫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홍 찬 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