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남북 교역 및 교류를 중단한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내륙기업 등 대북 사업의 운명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졌다. 앞으로 남북 당국이 개성공단 철수를 둘러싸고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입주기업들의 불안도 깊어져만 갔다.
정부는 24일 천안함 사태 대응 조치 발표 이후 북한이 지난해 3월 육로 통행차단처럼 개성공단 내 남측 인력을 억류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을 유지하겠다는 기존 정부 입장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북한의 강경조치 등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당국자도 북한이 육로통행을 차단하기 전에 먼저 철수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개성공단 체류 인원을 현재의 5060%로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유사시 철수를 원활히 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그동안 평일 평균 1000명이나 되는 남측 인력을 한꺼번에 철수하기는 어렵다고 고민해왔다.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둘러싼 대북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남북한 정부의 보복조치가 이어지면서 개성공단 폐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동결조치가 12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설비기계의 특성상 재투자 없이는 조업 재개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실적인 여건을 들어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의견도 있다. 전력과 가스 등 사회간접자본을 남한이 제공하고 있는 데다 북측 근로자가 4만 명에 달해 폐쇄에 따른 북측의 경제적 손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가 24일 개성공단 상주인원 축소 방침을 발표하자 입주기업들은 올 것이 왔다며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개성공단이 본격적인 폐쇄 수순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입주기업들은 이날 오전 정부가 기업별로 줄여야 할 상주인원 수를 일일이 통보하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최근 개성공단 상주인원을 15명에서 7명으로 줄인 의류업체 A사는 통일부로부터 이날 2명만 북에 남겨두라는 통보를 받았다.
개성공단 유지를 희망하는 일부 입주기업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이날 통일부 개성공단 사업지원단 사무실은 정부 발표에 항의하는 기업들의 전화가 빗발쳐 한때 불통 사태를 빚었다.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일부 후발 입주업체들은 정부가 경협보험상의 퇴로를 확보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바이어 이탈로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정부마저 상주인력 축소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에 더는 개성공단을 지킬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면 투자비용 보상을 받을 수 없도록 한 현행 남북 경협보험 규정을 바꿔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에서 의류 등을 임가공 하고 있는 내륙기업들은 사실상 파산에 내몰리는 등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번 남북교역 중단 조치로 바이어의 상품 주문을 받아놓고도 평양에 있는 공장에 자재 공급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 이에 따라 이들을 상대로 한 바이어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윤완준김상운 zeitung@donga.com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