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모두 끝난 사건입니다. 고인이 된 김희로(권희로) 씨의 명복을 빕니다.
1968년 2월 김희로 인질사건의 피해자였던 일본 스마타쿄() 온천지역의 후지미야 료칸() 여주인 모치즈키 히데코(72사진) 씨가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 어렵사리 응했다. 그는 김 씨의 돌연한 사망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며 비록 악연이었지만 하늘나라에서는 평온하게 살기 바란다며 연민의 정을 표시했다. 모치즈키 씨는 권희로 씨가 귀국 후 성을 바꾼 줄 모르는 듯 인터뷰 내내 김희로 씨라고 불렀다.
모치즈키 씨가 본보와 인터뷰를 하는 데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권 씨가 사망한 26일 오전부터 일본 언론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자 여관 문을 걸어 잠근 채 종적을 감춰버렸다. 이튿날에도 영업은 하지 않았지만 모치즈키 씨는 한국에서 온 기자라는 말에 입을 열기 시작했다.
모치즈키 씨는 좋든 싫든 내 생의 절반 이상을 김희로 사건과 함께 살아온 셈이라며 40여 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이제 와서 새삼 꺼내고 싶지 않다. 이제는 모두 끝난 이야기라며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권 씨가 한국으로 돌아간 이후의 불미스러운 사건도 전해 들은 듯했다. 김 씨가 귀국 후 여생을 그나마 행복하게 살기 바랐지만 소문에 의하면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내에서 권 씨에 대한 인식이 일본과 다르다는 점이 부담스러운 것처럼 보였다.
모치즈키 씨는 당시 사건을 민족차별이나 한일 간의 역사 문제로 해석하는 의견도 많은 줄 안다며 하지만 나에게는 5명의 가족과 8명의 손님이 생사의 공포감을 느낀 개인적인 사건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모치즈키 씨는 우리 다섯 가족은 그때 겪은 일을 잊기 위해 너무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가족 중 그 누구도 그때 이후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다며 그동안의 힘든 과거를 설명했다.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당시 생각을 하면 겁이 나서 손발이 떨린다며 이야기 도중 당시의 괴로운 기억이 떠오르는 듯 목을 잔뜩 움츠리기도 했다.
모치즈키 씨는 최근 여관 내에 당시 사건과 관련한 기사와 사진을 모아 방 한 곳에 전시해 놓았다. 여관에 오는 손님마다 김희로 사건을 묻는 사람이 많고 그런 사건이 그냥 잊혀져서는 안 된다는 주변의 권유도 있고 해서 사진 등을 전시해 놓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창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