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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노조법 개악해 기업충격-경제악화 부를 건가

[사설] 여야, 노조법 개악해 기업충격-경제악화 부를 건가

Posted December. 21, 200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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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이 노조 전임자 임금을 기업이 지급하는 잘못된 관행을 끊기로 합의했으나 정치권이 노동계의 요구에 밀려 이를 후퇴시킬 태세다. 한나라당 안대로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에 통상적 노조관리 업무를 포함시킬 경우 전임자 임금지급을 법제화하는 개악()에 해당한다고 재계가 반발하고 있다. 관련 법 개정 및 보완 없이 현행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허용 조항이 시행될 경우에도 노동현장은 일대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1997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제정될 때 도입(24조2항)됐으나 올해 말까지 13년간 시행이 유예됐다. 전임자 임금을 기업이 지급한 금액이 2005년 3243억원에서 작년 4288억원으로 32% 늘었다. 그 자체로 기업에 큰 부담일뿐더러 권력화한 전임자들의 투쟁적 노조활동은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기업 현장에서 일하지 않아 시간이 남아도는 전임자들은 노동운동의 정치투쟁화에 앞장서고 있다.

노사정은 오랜 논의 끝에 지난 4일 적정 수준의 타임오프제를 운영하는 조건으로 6개월의 준비를 거쳐 내년 7월부터 전임자 임금 지급을 원칙적으로 전면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과도한 전임자 수를 줄이면서 노조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는 현실적인 방안이었다. 복수노조를 당장 허용할 경우 커다란 혼란과 부작용이 예상되므로 2년 6개월간 제도적 준비를 하기로 합의한 것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대선 때 정책연대를 맺은 한국노총의 요구에 밀려 통상적인 노조 관리업무를 타임오프로 인정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렇게 되면 전임자가 없는 1100여개의 노조까지도 전임자 임금을 못 받아내면 손해라는 인식에서 대결적 노조로 변할 수 있다. 한국노총은 한걸음 더 나아가 상급단체 활동이나 교육까지 임금지급 대상에 포함시키고 기준과 한도 이상의 임금 지급에 대한 처벌조항을 삭제하자는 의견을 국회에 냈다. 참으로 염치 없는 발상이다. 노사정 합의대로 노사교섭고충처리산업안전 관련 활동에 대해 타임오프를 인정하고 국제노동기구(ILO)가 밝힌 구체기준을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게 최선이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5단체장은 그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을 만나 노사정 합의대로 입법이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손 회장은 여당 법안은 사실상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과 다름없고 이는 노사정 합의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4단체는 10일 한나라당 안에 반대하는 공동성명도 냈다.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노사와 여야 및 정부로 구성된 다자협의체를 22일 열어 재론하기로 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추 위원장은 연내 단일화된 의견을 조율하겠다고 말했지만 민주당은 노사정 합의에 불참한 민주노총의 요구를 더 반영하려 들 공산이 크다. 여야가 두 노총에 붙잡혀 국가경쟁력을 개선하고 경제회복세를 강화할 모처럼의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는 위기상황이다.

금속노조를 비롯한 노동계는 일선 노조에 단체협상을 통해 전임자 임금 지급을 보장받으라고 지시했다. 노사정 당초 합의에 따르면 이는 불법이지만 한나라당은 노사가 합의할 경우 인정해주자는 개정안을 마련해 중소기업들이 노조의 불합리한 요구에 얼마나 시달릴지 걱정이다.

정치권은 타임오프제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의 원칙을 위한 도구이지 임금 지급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아님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여야가 각자의 지지기반인 노총에 떡 하나 더 주는 식으로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복수노조 허용으로 난립한 노조들이 노노()갈등과 선명성 경쟁으로 산업평화를 깨뜨리고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외국 사례를 눈 여겨 봐야 한다.

노조법이 여야와 양대노총의 줄다리기로 뒤죽박죽 개정이 되거나, 두 제도가 동시에 준비 없이 시행되면 기업현장의 혼란을 가중시켜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경제는 내년에 금융위기 후유증을 완전히 극복하고 되살아나느냐, 아니면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지느냐는 기로에 서있다. 노조법이 방향을 잘못 잡아 노조 전임자들의 강성 목소리가 노동 현장을 휘저어 노사갈등이 커지면 한국경제는 잘못된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태는 노사 안정을 원하는 다수 노동자들의 뜻에도 배치되고, 기업의 일자리 창출기능을 약화시켜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세대에게도 심대한 해악을 끼칠 수밖에 없다.

노조법 개정시한인 연말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정치권은 노사정이 힘들여 이룬 합의대로 서둘러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