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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사돈

Posted May. 17, 2006 07:04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의 남편으로 확인된 김영남(당시 16세) 씨의 어머니 최계월(82) 씨는 초조한 모습이었다.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듯 눈이 충혈돼 있었다. 옆 자리에 앉아 있는 딸 영자(48) 씨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안정시키려 했다.

메구미의 아버지 요코타 시게루(73) 씨가 아들 요코타 데쓰야(37) 씨와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54) 대표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섰다. 검은색 정장에 백발을 가지런하게 빗어 넘긴 그의 얼굴 역시 상기돼 있었다.

요코타 씨는 잰걸음으로 단상에 오른 뒤 최 씨의 손을 잡았다. 아들과 딸을 잃고 생사도 모른 채 27, 28년을 보낸 두 사람은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두 사람은 16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2층 대회의실에서 극적으로 상봉했다. 메구미와 남편 김 씨가 1977년과 1978년 각각 북한으로 납치된 뒤 1986년 결혼을 하는 바람에 이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사돈이 됐다.

요코타 씨는 최 씨 모녀에게 만나서 반갑다면서 북한에 끌려간 뒤 지옥 같은 삶을 살았을 딸아이에게 영남 씨가 희망이 돼 준 데 대해 대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김 씨와 딸 혜경 씨가 북한 정부에 의해 감금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슬프지만 아직도 두 사람이 건강하다는 뜻이어서 다행스럽고 하루빨리 사돈의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몸이 아파 한국에 함께 오지 못한 아내도 사돈을 무척 보고 싶어 한다며 28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되는 납북자 송환촉구모임인 일본국민대책회의에 함께 참석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씨의 누나 영자 씨는 직접 만나 보니 정말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두 가족이 사돈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힘을 합치면 무사히 송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씨 모녀는 가족이 다 모일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며 찻잔과 편지를 건넸다. 요코타 씨도 납치피해 마크가 새겨진 장식품으로 답례했다.

두 가족이 만난 뒤 한일 납북피해자단체들은 같은 장소에서 납북자 송환 및 가족상봉대회를 열었다.

두 단체는 북한 김정일 정권은 한국의 김 씨와 일본의 메구미를 비롯한 수많은 납북자를 조건 없이 송환하고 납치 피해 가족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한일 납북자 가족과 비정부기구(NGO)는 북한 정권의 폭압에서 신음하는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과 김정일 정권에 의해 자행된 납치 피해자의 조건 없는 송환을 위한 국제연대를 구축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앞서 요코타 씨 가족과 북한에 의한 납치피해자가족 연락회 마쓰모토 데루아키() 사무국장, 납치피해자 가족인 히라노 후미코() 씨는 납북자가족협의회와 625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요코타 씨 일행은 납북자의 송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 달기 행사와 10만 납북피해자를 가족의 품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풍선 날리기 행사를 열었다.

요코타 씨 등은 17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만난 뒤 같은 날 오후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문병기 김상운 weappon@donga.com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