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 옆 연구개발(R&D)센터 인허가 과정을 놓고 건설교통부와 서울시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 건물의 증축을 위해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이 건교부, 서울시 등에 로비를 한 것으로 보고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건설교통부 관계자들이 수사 선상에 오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책임 떠넘기기의 핵심은 도시계획 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도시계획시설규칙)을 바꾸는 데 어느 쪽이 더 많은 영향력을 미쳤냐는 것.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쪽에 로비가 집중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개정 규칙 적용받은 기업은 현대차가 유일
현대기아차 사옥 부지는 유통업무설비만 지을 수 있는 일반상업지구여서 연구시설을 세울 수 없었다. 따라서 문제의 규칙을 개정하는 등 복잡한 인허가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 규칙이 2004년 12월 개정된 뒤 그 혜택을 본 대기업은 현대기아차가 유일하다.
서울시는 건교부가 2004년 4월 14일 규칙을 바꾸겠다며 의견을 내달라고 먼저 요청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같은 해 5월 7일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유통업무설비 내 부가시설에 연구시설을 추가하는 의견을 건교부에 냈다는 것.
서울시 김병일() 대변인은 28일 서울시는 건교부가 규칙을 바꾸겠다는 방침에 따랐을 뿐이라며 김재록 로비 사건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건교부가 먼저 규칙을 바꾸려고 의견을 물어왔기에 서울시는 쌓여 있던 민원 사항을 건교부에 전달하기만 했다는 뉘앙스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규칙을 정기 점검하는 차원에서 서울시 등 각 지자체에 의견을 문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통업무설비 관련 사안은 거론하지 않았다며 당시 지자체에 보냈던 공문을 이날 공개했다.
건교부 이재홍() 도시환경기획관은 오히려 서울시가 묻지도 않은 유통업무설비 내 연구시설 허용 건을 규칙 개정 때 넣어 달라고 요청했다며 로비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 활동 지원인가, 로비 결과인가
건교부는 또 2004년 5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주재 재계 총수 간담회에서 이와 관련된 제안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그 후 6월 산업자원부가 간담회 내용을 포함해 경제계의 요구 사항에 대한 의견을 내 줄 것을 건교부에 요청해 규칙을 바꾸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기업 활동을 돕기 위해 규제를 완화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2004년 3월 말 연구시설 건립 허용을 서초구에 요청한 직후인 4월 14일 건교부가 관련 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지자체에 묻고 9개월 만에 규칙이 개정됐으며 이후 서초구의 증축 허가까지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데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A건설업체 관계자는 건교부와 서울시가 기업 활동을 돕기 위해 일을 했다고 하지만 쉽지 않은 법 개정과 인허가 과정이 예외적으로 빨리 매끄럽게 진행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중현 황태훈 sanjuck@donga.com beetlez@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