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표팀 선수, 상대 발목 밟아 퇴장 16강 못 뛰게 되자 트럼프 개입 정황… NYT “평소 친한 FIFA 회장에 전화” 출전정지 풀려 벨기에전 뛸 수 있어… 트럼프 “불의 바로잡은 FIFA에 감사”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오른쪽)이 지난해 12월 5일 미국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1회 FIFA 평화상’을 수여하고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평소 트럼프 대통령의 ‘친구’를 자처한다. 워싱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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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이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으로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 중이며 최근 거친 플레이로 퇴장 징계를 받은 미국 축구대표팀의 핵심 공격수 폴러린 벌로건(25)의 출전 정지를 이례적으로 유예시켰다. FIFA가 월드컵 경기에서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당한 선수의 출전 정지를 취소한 건 1962년 이후 64년 만이다.
벌로건은 앞서 2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대회 32강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려 미국의 2-0 승리에 기여했다. 다만 상대 선수의 발목을 밟는 반칙으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레드카드를 받은 선수는 다음 경기에 자동으로 출전할 수 없다. 벌로건 역시 당초 7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벨기에와의 16강전에 뛸 수 없었지만 FIFA의 관용적 처분으로 출전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른바 세계 최고 권력자로 통하는 미국 대통령이 ‘공정’이 핵심인 스포츠 경기에 부적절하게 관여한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란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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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는 5일 벌로건에 대한 출전 정지 처분의 집행을 1년 유예한다고 미국축구협회(USSF)에 통보했다. 유예 기간 동안 그는 중대성을 가진 추가 위반 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출전 정지 처분을 받지 않는다. FIFA는 벌로건에게만 자동 출전 정지 조치를 적용하지 않은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벌로건의 복귀는 24년 만의 월드컵 8강 진출을 노리는 미국 팀에 큰 호재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장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2일 경기가 끝난 직후 인판티노 회장에게 전화해 “벌로건의 징계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이를 잘 아는 관계자 4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앤드루 줄리아니 백악관 월드컵 태스크포스 집행국장 등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인사 또한 벌로건의 복귀를 위한 법적 다툼을 위해 미국축구협회를 지원할 뜻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벌로건의 출전 자격이 회복된 직후 인판티노 회장과 다시 통화하며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도 “옳은 일을 해 거대한 불의를 바로잡은 FIFA에 감사한다”고 썼다.
벨기에축구협회는 성명을 내고 “출전 정지 상태였던 벌로건을 출전 가능하게 한 FIFA의 결정에 경악한다. 가능한 모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6일 유로뉴스에 따르면 벨기에 사회당도 성명을 통해 “트럼프를 기쁘게 하기 위해 규정을 바꾸고 편법을 쓰는 건 FIFA, 월드컵, 미국 모두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64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브라질의 미드필더 가힌샤는 1962년 칠레 월드컵의 준결승전에서 개최국 칠레 선수를 발로 차 레드카드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칠레 대통령 호르헤 알레산드리까지 “가힌샤의 출전 정지 징계를 풀어 달라”고 FIFA를 압박해 체코슬로바키아와의 결승전에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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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FIFA 회장 밀월 논란
이탈리아계 스위스인인 인판티노 회장은 2016년부터 FIFA를 이끌며 중계권 고액 판매 등 FIFA의 상업화를 가속화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해 12월 미국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이번 월드컵 조 추첨식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1회 FIFA 평화상도 수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2025년에만) 8개의 전쟁을 멈췄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하지만 노르웨이축구협회 측은 이 상이 FIFA의 정치적 중립성 규정을 위반했다며 인판티노 회장을 FIFA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