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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끝까지 뻗어 있는 바람의 리듬을 기억하세요
경쾌하게 무겁게 고통은
당신의 눈을 두드려댑니다
그런데 당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까부터 당신은 그걸 느꼈지요
가로수들은 스스럼없이 새로 틔운
망각의 잎사귀를 흔듭니다
세상은 초현실적인
문장처럼 눈부시고 어둡습니다
(중략)
길 끝까지 뻗어 있는
바람의 리듬을 기억하세요
나의 목소리를 기억하세요
당신의 허공 위로 퍼지는
이 푸른 균열의 언어를
기억하세요
―서대경(1976∼)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손톱을 깨물며 먼 산을 바라보게 되는 날이 있다. 스스로 선택한 삶이 아닌 것 같고 낯선 세상에 모호한 존재로 불시착한 것처럼 느껴져 초조하다. 그럴 때 이 문장을 소리 내어 발음해 보자. “길 끝까지 뻗어 있는 바람의 리듬을 기억하세요.” 지금의 삶이 불만족스러운 건 내가 나를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본래 모습을 잃고, 혹은 잊고 살아가는 이에게 이 시는 주술처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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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