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 그림보다 생활 관찰하기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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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그림이나 낙서가 아이의 마음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잘못 해석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온통 까만색이나 빨간색 하나로 칠해진 그림은 부모들이 걱정하는 대표적인 그림 중 하나다. 그림을 보고 아이의 마음이 너무 어두운 것 같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물론 정서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개 산만하고 충동적이거나 주의력이 조금 떨어지는 아이들은 여러 단계를 거치는 것을 좀 싫어한다. 빨리 해버리고 싶어 한다. 여러 가지 색으로 칠하려면 크레파스통에서 크레파스를 꺼내고 넣는 것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이 아이들은 그것이 귀찮아서 눈에 띄는 한 가지 크레파스로 다 칠해 버린다. 그 때문에 아이가 그렇게 그린 그림을 보고 아이 마음이 어두운 것이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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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아이의 그림에 뾰족뾰족한 것이나 무기, 칼이 등장하면 또 걱정한다. 옛날에는 아이의 그림에 이런 것들이 많이 등장하면 아이의 마음에 뭔가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요즘은 꼭 그렇게만 해석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즐겨 보는 애니메이션에 워낙 무기나 칼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무조건 싸우는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도 많다.
아이가 이런 그림을 주로 그릴 때는 아이가 접하는 만화나 그림책 중에 그런 것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남자아이들의 경우에는 놀이나 그림에서 그런 공격성을 일부 표현하는 것이 자신의 공격성을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하니까 다양한 측면에서 봐야 한다.
물론 실제로 공격성이나 분노 때문에 그런 그림을 그리는 아이도 있고, 두려움이 많거나 겁이 많아서 그런 그림을 그리는 아이도 있다. 후자는 치환된 방법으로 그런 그림을 그림으로써 자신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행위다. 큰 아이들 중에도 무서움을 극복하려고 잔인한 영화나 공포영화를 계속 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이의 그림 하나만 보고 아이의 공격성과 분노 등을 모두 해석하지는 않는다. 굉장히 많은 측면을 보고 접근한다. 때문에 섣부른 판단보다는 아이의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우선이다.
그림이나 낙서를 해석하고 싶은 부모들은 아마도 아이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들일 것이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부모들일 것이다.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어 자꾸 아이의 그림이나 낙서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아이의 마음을 알려면 그림보다는 아이의 생활을 잘 관찰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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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해야 할 점은 그림을 보고 짚이는 것이 있다고 아이에게 너무 꼬치꼬치 묻지 말라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가 무언가 알아내려고 캐묻는 상황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뭘 그린 거니? 무슨 일이 있었니?” “너 유치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친구랑 싸웠어?” “선생님한테 혼났어?” 등을 캐물으면 아주 어린 아이들조차 부모한테 혼날까 봐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놀이처럼 그리던 그림도 부모가 뭔가 의미를 찾듯 수색하면 하기 싫어진다.
아이의 생활이 궁금하면 아이가 즐겁게 조잘댈 수 있게 물어야 한다. “오늘은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었을까?”라고 긍정적인 대화가 될 수 있도록 묻고, “오늘 엄마한테 재미있는 얘기 좀 해줄래? 재밌는 일 있었으면 얘기 좀 해줘. 너 말고 다른 아이들 얘기도 좋아” 하는 식으로 내 아이보다는 다른 아이들 이야기를 먼저 해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